5개 대형 생보사 작년 순익, 7조 이상 … 나머지 27개사 1조원대"당국 규제, '공룡사' 키워 … 보험사 규모별 차등 규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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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시장 경쟁 구도가 대형사에 유리하게 재편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IFRS17(새 국제회계제도) 도입 이후 대형 보험사는 역대 최고 실적을 내는 반면 중소형사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구도다.

    GA(법인보험대리점)업계 역시 당국의 보험수수료 개편으로 격차가 심화하면 중소형사는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지난해 대형사들 역대 실적 … 중소형사는 하락세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5개 대형 손해보험사로 꼽히는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은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478억원, DB손보 1조7722억원, 메리츠화재 1조7105억원, 현대해상 1조307억원, KB손보 8567억원으로, 5개 대형사의 순익은 총 7조4179억원에 달했다.

    반면 상위 5개사를 제외한 27개 중소형 손보사(재보험사 포함)의 작년 순이익은 1조887억원이었다. 흥국화재의 경우 1067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2955억원) 대비 63.9% 급감했고, 악사손해보험은 전년(174억원) 대비 89% 내려간 19억원에 불과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익 242억원을 내며 전년(2856억원) 대비 91.5% 감소했고 농협손해보험 또한 전년 1133억원에서 지난해 1036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생명보험업계도 비슷한 추세였다. 지난해 22개 생보사는 5조63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이중 삼성생명(1조4869억원) 한화생명(7206억원) 교보생명(6987억원) 신한라이프(5337억원) NH농협생명(2461억원) 등 상위 5개사의 합산 순이익이 총 3조6860억원이었다.

    반면 5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17개 생보사의 작년 합산 순이익은 1조9514억원으로 집계됐다.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4643억원 당기순익으로 전년(5113억원) 대비 약 9.19% 즐었고, iM라이프는 같은 기간 641억원에서 567억원으로 약 11.5% 감소했다.

    IFRS17에 무·저해지 가이드라인 … 중소형사 '먹구름'

    이처럼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사의 실적 격차는 IFRS17 도입 이후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IFRS17 제도에서 보험사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이다. CSM이 클수록 보험사가 장기간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보험사는 수익성 지표인 CSM에 유리한 질병보험 등 장기보장성 상품 판매에 주력하게 됐다.

    대형사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사업비를 투입하거나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장기 보장성 보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이와 같은 자본 경쟁에서 열세에 놓여 있기 때문에 주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소액 단기보험, 미니보험 등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IFRS17 구조에서 수익성 핵심인 CSM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의 보수적 계리가정을 제시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으로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캐롯손해보험이 출범 6년 만에 대주주인 한화손해보험으로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사례는 최근 시장 판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디지털보험사인 캐롯손보는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 등 저렴한 보험료와 혁신성으로 인정받았지만, 결국 만성 적자를 극복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강화되면서 중소형사의 포트폴리오가 불리한 흐름으로 굳혀지고 결국 대형사 규모만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규모에 따른 차등 규제 등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판매수수료 개편에 GA업계 시장도 '긴장'

    GA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연내 판매수수료 분급기간 연장 및 가격 정보 공개 등을 골자로 한 '보험판매 수수료 개편안'이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국의 수수료 개편으로 대형 GA사는 '공룡사'로, 중소형 GA는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개편안에 따라 현행 1~2년 동안 분급되던 판매수수료가 최장 7년까지 나눠 제공되면 보험설계사의 판매 초기 수익은 감소될 수밖에 없다.

    GA업계에선 소속 설계사 중 약 50%가 월소득 300만원 이하에 해당되며, 수수료 7년 분급으로 설계사당 월평균 70만원의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설계사 이탈이 가속화하면 중소형사의 영업 실적은 둔화하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결국 자금력이 우세한 대형사에만 인력이 흡수될 것이란 지적이다.

    호주의 경우 실계 수수료 7년 분급 제도를 도입했다가 기존 설계사 41%가 이탈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시장 규제, 자본력 우위 대형 GA사 힘 실어줄 전망"

    증권업계에서도 당국의 규제로 대형 대리점 중심의 시장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판매수수료 분급 등 시장 규제는 중장기적으로 자본력 우위의 대형 GA 중심의 시장 재편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라며 주목할 기업으로 설계사 조직을 빠르게 확대하는 인카금융서비스와 에이플러스에셋을 주목했다.

    인카금융서비스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 137억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8.8%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에이플러스에셋도 4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임 연구원은 "대형 GA는 이번 규제에 따른 매출 감소로 유동성이 악화되는 중소형 대리점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상위권 GA 중심의 대형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