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핑' 노고 치하하는 선배 의사들증원 0명 결정되자 '개혁 철회' 요구사람 죽는데 의료대란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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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칙을 깨고 내년도 의대증원을 0명으로 결정했지만 의사들의 투쟁 단일대오는 거세졌다. 선배 의사들은 1년이 넘는 시간 휴학과 사직을 이어간 젊은 의사(의대생, 전공의)의 행보를 흡사 '독립군'으로 추켜세웠다.환자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탕핑(躺平)한 것을 '의료정상화'를 위한 참된 투쟁으로 여기는 것은 의료개혁은 물론 사태를 정리하기 위한 대화도 불가능한 상황이 됐음을 시사한다. "병원과 학교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내면 누구든 집중 공격 대상이 된다.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숭례문 인근에서 전국의사 궐기대회를 펼쳤다. 주최 측 추산 2만5000명이 참석한 이번 집회에는 의대생부터 대학 교수까지 의사 전 직역이 참여했다.증원 0명이라는 정부의 백기 투항에도 '필수의료 패키지 포함 의료개혁 전면 중단'을 선언하기 위함이었다. 전원 복귀, 수업 정상화 기준을 지켜야 정원 동결이라는 원칙을 깬 교육부의 결정은 의대생의 복귀를 기대하는 바람이 담겼지만 역풍을 불러일으켰다.궐기대회에서 의료계를 대표하는 주요 단체장들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의료개혁에 맞서 투쟁한 독립군으로 치환됐고 이들을 위해 "정부가 사과하라"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김택우 의협회장은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 의료개혁 정책을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계 당국이 과오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사과와 수습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직이 범죄입니까. 우리가 죄인입니까.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이다"라며 "이 길의 끝이 어디일지 저도 잘 모르겠다. 우리는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장은 "우리는 1년 만에 휴학할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숭고하고 어렵다고 들었던 이 길을 걸어야 할 이유를 모두 빼앗겼다. 인생을 걸어 국가의 노예여야만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의협의 궐기대회는 단합된 의사들의 '실력행사'였다. 증원 0명에 만족할 수 없으며 모든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의료계와 논의해야만 제도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만을 강조한 것이다.결국 증원 0명에 따른 의대생 복귀도 사실상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등록 후 투쟁'이어서 제적은 면했지만, 학칙에 따른 유급이 남았다. 이조차도 학칙을 깨고 "유예하라"며 정부와 대학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의정 모두 사태 봉합을 원하고 있지만 출구전략이 차단된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계 요구인 의대증원 포함한 의료개혁 전면 중단, 정부의 사과 및 장·차관 등 책임자 처벌과 같은 전제조건이 걸리지 않으면 대화 자체도 어려운 구조가 됐다.특히 의료공백 속 피해가 가중된 환자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정책의 부당함만을 강조하며 젊은 의사를 향한 사과만을 요구했을 뿐이다. 집단 사직과 휴학 탓에 무너진 의료체계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환자를 위해 복귀해달라. 의료·교육 정상화를 해달라고 수없이 외쳤지만 묵인했다. 그 투쟁을 참된 행위로 규정짓는 순간 기득권과 카르텔을 지키기 위한 논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언제까지 환자가 희생양으로 남아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이어 "참담한 상황에도 현장에 남아 있는 전공의, 수업을 위해 복학한 의대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대세에서 이탈한 이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등 공격이 이뤄지질 않길 바라는 심정"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