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저출산-고령화에 韓 잠재성장률 지속 하락세 경고"구조개혁으로 생산성 개선해야 … 재정 남발 지양"
  • ▲ 잠재성장률과 요인별 성장기여도 전망. ⓒKDI
    ▲ 잠재성장률과 요인별 성장기여도 전망. ⓒKDI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후반에는 역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국내 구조개혁이 지체되면 역성장 진입시기가 2040년대 초로 당겨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경제 구조개혁을 통해 총요소생산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성장세 둔화를 경기 부양으로 해소하기 위한 과도한 재정 투입을 지양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KDI는 8일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KDI는 우리나라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정체되고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될 경우 향후 20년 이내 잠재성장률이 1%대 초반에서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생산성뿐 아니라 근로자의 업무 능력, 자본투자금액, 기술도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수치다. 

    KDI는 향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추계하면서 ‘총요소생산성’을 기준으로 비관·중립·낙관 등 3대 시나리오로 설정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기준 시니라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하락세를 지속하며 2040년대에는 0%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잠재성장률은 1% 후반으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1%대 초반으로 내려앉을 것이란 예상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축소와 맞닿아 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9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이어가며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51.9%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고령인구(65세 이상)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KDI는 국제통상 갈등 속 경제 구조개혁까지 지연되는 '비관 시나리오'에서 2040년대 초반부터 마이너스 성장(-0.3%)에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KDI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잠재성장률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모두 하락하겠으나, 총요소생산성 증가세에 따라 성장률에 작지 않은 격차가 존재한다"며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에도 소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반면, 경제 구조개혁이 지체되는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역성장 시점이 2040년대 초반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DI는 경제 구조 개혁을 통한 총요소생산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 고령층 경제활동 촉진, 노동시장 개방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것을 제언했다. 

    KDI는 "출산⋅육아기에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하는 현상에 대응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출생률 하락을 완화해야 한다"며 "고령층은 과거에 비해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인지능력이 높다는 점에서 퇴직 후 재고용 등 근로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진입장벽 완화를 통해 생산성이 높은 혁신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의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제 역동성 강화를 위해서는 재정지출에 의존하기보다 시장실패를 완화하고 경제적 왜곡을 초래하는 제도를 개선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성장세 둔화를 단기적 경기 부진으로 판단해 경기부양을 반복할 경우, 재정건전성이 훼손되고 경기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