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동참 상장사 증가세 … 기업가치 저평가는 여전MSCI 지수 한국 증시 비중 축소 … 중국·대만·인도比 매력도 ↓“‘코리아 프리미엄’ 위해 법 제도·지배구조 투명성 등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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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지 1년이 넘은 가운데, 시장에서는 그간의 성과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이 늘어나는 등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증가한 반면 상장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수익비율(PER)은 오히려 낮아졌기 때문이다.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코스닥 양대 시장 상장사들이 신고한 자사주 취득 결정 금액은 19조2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2023년 5월 2일~2024년 5월 13일) 9조1408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자사주 취득 신고 금액 중 실제 취득 금액은 16조7868억원으로 전체 88.25%에 달했으며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상장사들이 공시한 자사주 소각 금액은 19조5900억원으로 전년(8조6400억원) 대비 126.7%나 급증했다.밸류업 공시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2분기 기준 본공시 기업은 3사에 그쳤지만, 3분기 11사, 4분기에는 80사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31사가 공시했으며 2분기 현재까지 총 150사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거래소가 지난해 9월 말 개발·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해당 지수는 발표 이후 12일까지 1.82% 상승했는데, 이는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KRX 산업지수 중 상위 14위다. 앞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해 말까지 7.04% 급락한 바 있지만, 올해 들어서만 9.53% 급등했다.다만, 상장사들에 대한 가치평가는 여전히 낮았다. 코스피 지수의 PBR과 PER은 12일 기준 각각 0.88배, 12.90배로 1년 전(0.99배·21.06배)보다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0.9배·12.7배로 집계됐는데, 이는 선진국(3.4배·21.3배)뿐만 아니라 신흥국(1.8배·15.2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의 PBR과 PER은 1.62배, 91.58배로 PER은 89.78배에서 증가했지만, PBR은 1.95배에서 소폭 하락했다.또한 12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양대 시장 상장사 가운데, PBR을 산출한 2494곳 중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1315곳으로 전체 52.73%에 달했다. 전년(2024년 5월 10일) 2414곳 중 1094곳, 전체의 45.34%였던 데 비해 7.39%포인트(p)나 늘어난 것이다.국제 금융시장에서의 한국 증시 비중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 2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정기 리뷰에서 신규 편입 없이 11개 종목이 편출되면서다. 이에 한국 지수 종목 수는 기존 92개에서 81개로 줄어들었다.MSCI 지수는 글로벌 주식 시장의 흐름을 추종하기 위해 만든 글로벌 주가지수로 매년 2, 5, 8, 11월 분기 리뷰를 통해 지수 편·출입 종목을 결정한다. MSCI 한국 지수 종목 수는 지난해 2월 99개였지만, 1년 만에 18개 종목이나 빠졌다.지난 2015년 15%를 웃돌던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은 9.3%로 하락했다. 중국은 30.7%, 대만 19.1%, 인도 16.9%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의 매력을 낮게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시장에서는 오는 5월 14일 정기 리뷰에서 삼양식품,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등 3개 종목의 지수 편입과 엔씨소프트, LG이노텍, 에코프로머티 등 3개 종목의 편출을 예상하고 있다. 지수 편·출입을 결정하기 위한 데이터 심사기준일은 4월 16일부터 4월 30일 사이 기간 중 하루가 임의로 결정되며 리밸런싱은 5월 30일 진행될 예정이다.이 가운데, 오는 6월 3일 치러질 대통령선거의 주요 후보들이 증시 활성화 공약을 내걸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금융투자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상장사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장 투명성과 주주 권리 강화를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실현하겠다는 구상과 함께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금융당국에서도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그간 ▲자본시장 접근성 효율성 제고 ▲주주가치 기업 경영 확립 ▲공정·투명한 시장 질서 확립 ▲자본시장 혁신·역량 강화 등 4가지 방향에서 30여개의 과제들을 추진해 왔으며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월 JP모건이 주최한 코리아 컨퍼런스에 참석해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IR)를 열고 밸류업 프로그램을 홍보했다.거래소도 지난 3월 미국 보카라톤에서 개최된 ‘국제파생상품협회(FIA) 국제 파생상품 컨퍼런스’에 참가해 글로벌 주요 기관을 대상으로 한국 파생상품시장 밸류업을 위한 주요 추진사업을 홍보한 바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는 15일 영국 런던사무소를 개소하며 올해 하반기 중 뉴욕사무소도 신규 설치할 예정이다.증권가에서는 진정한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해선 법 제도 개선, 지배구조 투명성, 지속 가능한 수익성 등 세 축이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은 “한국 자본시장은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틀에 갇혀 있으며 구조적 저평가의 핵심에는 낮은 PBR, 불투명한 지배구조, 단발성에 그치는 주주환원 정책이 자리 잡고 있어 단기 이벤트로는 근본이 바뀌지 않는다”며 “진정한 밸류업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법 제도 개선, 지배구조 투명성, 지속가능한 수익성이라는 세 축이 맞물릴 때 비로소 시장은 구조적으로 반응한다”고 강조했다.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은 지난 1년간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와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진전을 보여줬지만, 일부 업종을 제외한 전체적인 참여 저조와 실질 공시 확대의 정체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 있다”며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신뢰 제고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산업구조 개편과 기업의 투자 여건 개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향후 밸류업 정책은 외형적인 공시 확산에 더해 기업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인 설계와 자본시장 내에서의 인센티브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