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교체 ‘오픈런’ 옛말 … 손님 없는 한가한 대리점 곳곳에 있어매장 한가한데 신규가입 중단은 지속 “대리점 경영에 상당한 고충”일선 대리점 직원은 실질적 피해 … 단말기 인센티브 증발 전망
  • ▲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과 명동 인근의 SKT 직영 대리점의 모습. 과거 줄을 서던 모습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강필성·김성현 기자
    ▲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과 명동 인근의 SKT 직영 대리점의 모습. 과거 줄을 서던 모습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강필성·김성현 기자
     “솔직히 한가한 시간에 신규가입도 받지 못해 힘들죠. 더 받아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서울 번화가에 위치한 SK텔레콤의 대리점 T월드 점장의 말이다. 

    최근 T월드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달까지 유심 교체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매장이 터져라 줄이 이어지던 ‘오픈런’은 고사하고 매장 내 손님이 한명도 없는 한가한 곳이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신규 가입자 유치가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막혀있다는 점이다. 유심교체를 위해 대리점은 운영은 해야 하지만 정작 가입자를 받아 수익을 내기 힘든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 이들은 신규가입 재개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중이다.

    15일 서울시내 주요 거점의 SKT 대리점 분위기는 암울하다. SKT가 이달 들어 신규가입을 중단하면서 일선 대리점에서 기기변경을 제외한 가입자 유치 자체가 막혔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말 SKT에 유심 교체를 해소하는 시점까지 신규가입을 중단하라고 행정지도 한 바 있다. 

    서울시내 주요 번화가에 위치한 SKT 대리점들(직영 제외)을 직접 찾아봤다. 

    이들 매장의 공통점은 예전과 달리 한가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수백명이 몰려 ‘오픈런’이 벌어지던 SKT 직영 대리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광화문, 명동에 위치한 T월드에도 비교적 예전의 북적거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기에는 SKT의 유심교체 예약시스템이 주효했지만 근본적으로 유심교체 수요의 감소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심 교체 예약자 중 대리점 방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절반에 그치는 중이다. SKT의 모든 가입자가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돼 유심 교체의 필요성이 크게 감소했고 E심이나 유심 재설정 등 대안도 생겼다는 점도 주효했다.

    무엇보다 신규가입 중단 조치가 직격탄이 되고 있다. 신규가입에 따른 보조금과 판매장려금으로 매출을 올리는 대리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속이 타는 중이다.

    A대리점장은 “SKT 해킹 사건 이후 번호이동 자체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중단시키니 일선 대리점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라며 “유심 물량이 문제라면 E심으로라도 받을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B대리점장도 “유심 교체 예약자에게 문자를 돌려도 방문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비교적 한가한 상황이라 단골 고객을 중심으로 기기변경을 통한 영업을 근근히 이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리점의 고충도 고충이지만 피해가 더 큰 이들은 대리점 직원들이다. 이들은 월급으로 기본급 외에도 개통대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급여로 받는 경우가 많다. 신규가입이 중단되면서 직원들은 아예 소득감소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리점에서는 아예 신규가입이 활발한 경쟁사의 대리점으로 이직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SKT에서는 대리점에 대한 대여금 이자와 원금 상환을 3개월 유예하는 등 피해 보상안을 마련 중이다. 보상안에 일선 직원들이 포함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매장의 위치, 주요 고객에 따라 영향은 차이가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유심교체 업무에 대한 피로를 토로하는 대리점도 있었다.

    또 C대리점장은 “우리 매장은 고객의 기기변경 비율이 80%에 달하는 곳이라 이번 신규가입 중단에 영향이 크진 않다”면서도 “최근 ‘갤럭시 S25 엣지’ 등 신제품 출시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D대리점장은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이 막혀서 답답한 부분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유심 교체 업무를 하루 종일 해도 본사에서 장려금으로 주는 것은 건당 1000원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SKT 신규가입 재개에 대한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현장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를 만나 의견을 들었고 지난 14일에는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와 만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SKT 신규 가입 재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SKT 유심 제공 물량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유심재설정 전환율을 비롯해 유심교체 예약자의 대리점 방문율도 모두 체크해 국민이 (신규가입 재개를) 납득할 시점이 언제가 될지에 대해 계산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