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처분해 사내복지기금에 0.66% 출연조 회장 측 우호 지분 20.66%로 늘어 호반과 지분 격차 다시 2% 이상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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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권 방어에 돌입했다.   

    한진칼 자사주 일부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되살리며, 2대 주주인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에 맞서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 

    조 회장 측은 산은과 델타항공 등 기존 우호 세력까지 포함해 총 46% 수준의 의결권을 확보한 상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칼은 보유 중이던 자사주 44만44주(보통주 기준, 지분율 약 0.66%)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복지기금에 출연될 경우 의결권이 회복된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측의 지분은 기존 19.96%에서 20.66%로 증가했다. 

    이는 최근 호반이 보유 지분을 18.46%까지 확대하며 조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를 1.5%p까지 좁힌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조 회장 측은 이번 조치로 다시 2.16%p의 지분 우위를 확보했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부상한 가운데, 조 회장 측이 자사주를 활용해 실질적인 '의결권 수복' 조치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 회장은 한진칼의 최대주주로서 본인 지분 6.76% 외에도 특수관계인 및 우호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과반에 가까운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우호 세력에는 미국 델타항공(14.9%)과 산업은행(10.58%)이 대표적이다. 특히 산은은 2020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당시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단순 재무적 투자 성격이 아니라, 항공산업 재편이라는 정책적 목적 하에 조 회장과 동일한 방향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왔다.

    조 회장 측은 최근 LS그룹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백기사'로서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른바 반(反) 호반 동맹으로 비공식적인 지분 우호 세력 구축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LS그룹과 호반그룹은 각각 LS전선과 대한전선을 자회사로 둔 전선업계 1·2위 경쟁자로, 특허 분쟁과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유출 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엔 호반이 LS그룹 주식을 5% 미만 취득하면서 양측 관계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반면 호반그룹은 2022년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인수하며 2대 주주로 등장한 이후 최근까지 장내에서 공격적인 지분 매입을 이어왔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영업일 기준 16일 중 13만주 넘게 집중 매수했으며, 총 지분은 18.46%로 늘었다. 특히 한진칼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20%대 진입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호반의 행보를 '적대적 인수'의 전조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단순 투자'를 목적으로 밝히고 있으나 호반이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려가며 '현금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배당수익이나 주가 상승 차익만을 노린 움직임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 호반의 대규모 매수 이후 한진칼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조정 이후에도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호반이 중장기적으로 경영 참여를 시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경영권을 가져오기 어려워질 경우, 주가가 일정 수준까지 상승한 뒤 차익 실현을 통해 '엑시트(Exit)'에 나서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우호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지만, 조 회장이 그만큼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호반의 의중이 어디까지인지에 따라 이번 구도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맞붙었던 제2의 '3자연합'과 같은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