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준공 후 미분양 2만5117가구…2013년 이후 최다미분양 적체→분양일정 연기→자금난…악순환 고리 반복"정부 정책적 대응 없으면 분양시장 침체 장기화 가능성"
-
-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뉴데일리DB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지방 분양시장 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악성미분양이 12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중견·중소건설사들의 재무리스크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시장에선 분양이 지연되면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구조 탓에 건설사들이 미분양 리스크를 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까지 이어지면서 업계에선 지방 건설사들의 부실 위험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8920가구로 전년동기 대비 6.1% 늘었다. 이 가운데 지방 미분양 물량은 5만2392가구로 전체에서 76.0%를 차지했다.준공후 미분양(악성 미분양)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5117가구로 지난 2월 2만3722건보다 1395건(5.9%) 늘었다. 지난 2013년 8월 기록한 2만6453가구 이후 가장 많다.악성 미분양 물량도 지방에 집중됐다. 전국 악성 미분양의 81.8%인 2만543가구는 지방에서 발생했다. 건물을 다 짓고도 팔리지 않은 아파트 10가구중 8가구가 지방에 몰려있는 셈이다.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가 3252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남 3026가구 △경북 2715가구 △부산 2438가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악성미분양 물량이 적체되면서 현금창출력이 떨어지고 재무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분양을 우려해 분양을 미루면 공사비 회수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미분양은 건설사 PF부실과 유동성 리스크로 직결된다. 이는 PF사업 구조적 특성을 보면 알 수 있다. 부동산 PF대출은 시행사가 아파트 등을 건축할 때 신용도나 물적담보가 아닌 미래 사업성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크게 '브릿지론'과 '본PF'로 나뉜다.대부분 사업초기 토지매입 등에 필요한 자금을 만기 1년내 브릿지론으로 조달하고 인허가가 완료되면 본PF를 통해 브릿지론을 상환한 뒤 시공비용을 확보한다.건설호황기에는 연대보증이나 책임준공 등 조건을 내걸면서 PF사업에 나섰지만 2022년 시작된 부동산경기 위축으로 악성미분양 사업지가 늘면서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가 속출했다.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조기대선, 미분양, 공사비 증가 등으로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하반기로 미루고 있지만 계속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다"며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회수하기 위해선 분양을 해야 하는데 수도권 등 핵심 입지가 아니면 미분양을 피하기 어려워서 이렇게 되면 또 재무악화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이다"고 말했다. -
- ▲ 대구에 위치한 한 미분양 아파트ⓒ연합뉴스
분양가 상승도 부담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15일 공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전국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는 575만5000원으로 전월572만원 대비 3만5000원 상승했다. 평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902만5000원이다.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평당 2893만2000원으로 전월 2837만4000원 대비 55만8000원(1.96%) 올랐다. 특히 서울의 경우 2~3월 4428만4000원으로 동일한 분양가를 유지했지만 4월 들어 4549만8000원으로 121만4000원(2.74%) 상승했다.서울에서는 강남이 아닌 비강남권에서도 전용 59㎡가 11억원대에 분양을 앞두고 있다.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은평 대조1구역 재건축 단지인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분양가는 59㎡ 기준 최고 11억506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서울 노원구 '서울원 아이파크'와 서울 성북구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의 같은 평형도 분양각가 10억원대였다.최근 신축아파트 분양가 상승 배경에는 건설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인상, 고금리 장기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문제는 앞으로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과 층간소음 규제 등의 영향으로 간접비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또 다른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올해 국내 건설사의 1~3월 누적 분양 물량은 2만1471가구로 지난해(4만2688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대부분 분양일정을 미룬 영향으로 중견사의 경우 지방에 분양을 해야하는데 미분양 발생을 감수하고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전문가들은 환율 안정화, 금리인하 그리고 강력한 미분양 대책 등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미분양에 따른 건설업계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차기 정부에서는 취득세 감면, 양도세 한시 면제 혜택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PF대출 문턱도 높아 중소건설사는 물론 대형건설사들도 자금경색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풀어줄 수 있는 현실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