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한 한국 … 점차 환자 수도 늘어나가족력 있다면 40세 이후 PSA 검사 … 조기에 찾으면 완치율 높아불필요한 조직검사 줄고 로봇수술로 회복 빨라 최고의 예방법은 생활 습관 교정
  • ▲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210121 AP/뉴시스. ⓒ뉴시스
    ▲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210121 AP/뉴시스. ⓒ뉴시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말기 전립선암을 진단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전립선암에 대한 경각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립선암은 최근 발병률이 가장 빠르게 증가한 남성암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제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조용한 암'"이라며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전립선암, 침묵 속에 찾아오는 남성암 2위

    전립선암은 남성에게만 있는 전립선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방광 아래 위치해 요도를 감싸는 작은 생식기관에서 발생한다. 국내 전립선암 환자 수는 2000년 1,372명에서 2022년 2만754명으로 15배가량 급증했다. 2023년 기준 진료 환자는 13만4504명에 달한다.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환자 수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 

    강성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착한 암’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실제로는 뼈 전이나 척수 전이 시 극심한 통증과 함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정기 검진 없이는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바이든도 진단받은 말기 전립선암… 국내도 고위험군 많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최근 배뇨 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전립선에서 종괴가 발견됐다. 이후 진행된 정밀검사 결과, 뼈 전이가 동반된 공격적 유형의 말기 전립선암(Gleason score 9점)으로 진단됐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주치의는 "암세포는 남성호르몬에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 호르몬 차단 치료로 증상을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례는 전립선암이 특정인을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만으로는 진단이 어렵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2~3배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김정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 환자의 10% 이상은 유전적 성향이 있으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40세부터 매년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조기에 수술할 경우 완치율이 70%에 달하고 방사선 등 후속 치료로도 추가적인 완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 MRI로 불필요한 조직검사 줄이고 로봇수술로 회복까지 빠르게

    전립선암 진단은 PSA 수치로 시작되며 최근에는 전립선 MRI를 통해 병변을 먼저 확인한 뒤 표적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변화다.

    하유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 MRI 검사로 최대 90%의 환자가 조직검사를 피할 수 있었고, 진단 정확도는 50% 이상 향상됐다"며 "조직검사는 통증과 출혈 위험이 있기 때문에 MRI 선별이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수술적 치료에서는 로봇보조 전립선 절제술이 대세다. 정교한 기구를 통해 전립선과 종양을 제거하면서 요도 괄약근 등 중요한 기능 부위는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전립선암 수술의 90% 이상이 로봇수술로 진행되고 있다.

    ◆ 예방은 생활습관에서… "토마토·콩 섭취, 체중관리 필수"

    대한비뇨의학회, 대한비뇨기종양학회, 대한비뇨기과학재단이 발표한 '한국인 전립선암 발생 현황'에 따르면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정상 남성보다 전립선암 발생률이 높았다. 

    복부 둘레가 90㎝ 이상인 복부 비만 남성 역시 정상 체중의 남성보다 발생률이 1.32배 증가했다. 평소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고위험군이라면 정기검진이 해답이다. 

    고지방 식단과 복부비만, 흡연 등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과일과 채소류, 특히 토마토의 '라이코펜'과 콩류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승빈 H+양지병원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정기 검진은 물론이고 체중을 관리하고 기름진 음식을 줄이는 등 기본적인 건강 습관이 전립선암 예방의 출발점"이라며 "흡연은 남성 호르몬 대사를 왜곡해 발병 위험을 높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