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 구독 서비스 확산 … 은행 안 가도 카톡으로 포트폴리오 설계1조 돌파 눈앞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 자산관리 무게중심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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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이제 PB(프라이빗뱅커) 대신 AI(인공지능)가 당신의 자산을 설계합니다.”

    자산관리 시장의 주도권이 ‘사람’에서 ‘AI’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은행 창구를 찾지 않아도 AI 알고리즘이 투자 성향을 분석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시대가 열렸다. 

    은행권의 맞춤형 포트폴리오(MP) 구독 서비스가 확산되고,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가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전통 PB 기반 자산관리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KB·신한·하나, 각기 다른 전략 … 모바일 ‘MP 전쟁’ 본격화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금 고객을 중심으로 AI 기반 투자 포트폴리오 추천 서비스를 강화하며, 모바일 중심의 비대면 자산관리 채널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 PB는 고액자산가 중심의 ‘인간 상담’을 유지하는 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일반 투자자를 위한 ‘자동화 추천’으로 빠르게 저변을 넓히는 양상이다.

    MP 구독 서비스는 AI 알고리즘이 투자자의 연령, 위험 성향, 목표 수익률 등을 분석해 최적의 투자 비중을 설계해주는 일종의 ‘디지털 투자자문’이다.

    KB국민은행은 ‘KB연금포트폴리오 추천 서비스’를 통해 연금 가입자에게 4종의 포트폴리오를 자동 추천하고, 클릭 한 번으로 일괄 매수까지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 퇴직연금 고객을 위한 앱 내 전문화된 콘텐츠 제공이 강점이다.

    신한은행은 ‘My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해 은퇴자 대상의 ETF(상장지수펀드) 기반 포트폴리오를 비대면 중심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MP 구독서비스’를 전면 리뉴얼하며, 카카오톡 알림 기반의 정기 리밸런싱 알림 서비스를 도입했다. 50대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연금 더드림 라운지’ 앱을 통해 직접적인 포트폴리오 교체를 유도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1조 시대 임박 … 중산층은 ‘AI가 더 낫다?’

    한국로보어드바이저포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약 9200억원 수준으로 올해 안에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이는 2020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 성향 분석과 자산배분, 리밸런싱까지 알고리즘이 자동 처리하는 구조로, 낮은 수수료와 효율성이 높은 것이 강점이다. 미국 로버어드바이저 핀테크 기업인 웰스프론트, 베터먼트 등은 이미 수백조원의 자산을 운용 중이며, 국내 금융사들도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한 금융IT 전문가는 “로보어드바이저는 5000만~3억원 수준의 중산층 투자자에게는 PB보다 효율적인 대안”이라며 “은행권이 자산관리 시장의 허리를 지키려면 디지털 채널 경쟁력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PB는 ‘인간 전문성’ … 고액자산가 영역 방어 주력

    AI의 진격에도 불구하고 고액자산가 고객을 중심으로 하는 은행 PB의 입지는 여전히 견고하다. 절세 설계, 상속·증여 전략, 가업 승계 등 복합적 자산관리 영역에서는 여전히 인간 PB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어디까지나 일반화된 알고리즘에 불과하다”며 “수십억원대 이상의 맞춤형 니즈에는 아직 AI가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자산관리 시장의 무게중심은 ‘비대면·자동화’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면서 “디지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은행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