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7개월 만에 최저 … 원화 절상 폭 주요 통화 중 2위수출 비중 큰 업종 긴장감 … 방향보단 변동성에 더 주목해외주식 투자자 환차손 우려 … 환율 변동 리스크 줄여야
-
- ▲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 1360원대를 찍으며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시장에선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25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1366.5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이는 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6일(1364.5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과 12월 비상계엄 여파로 급등하기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한 주 만에 2.45% 상승하면서, 유로화·엔화·위안화·대만달러 등 주요 통화 중 두 번째로 강세를 기록했다.환율은 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주 내내 하락했다.특히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환율협상은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린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원화 절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면서 원화가 강세 압력을 받았다.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아시아 주요국 간 무역협정에서 통화 절상에 관한 입장은 통화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시장접근론적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에 대한 아시아 주요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는 관리돼야 한다는 게 미국의 핵심적 입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와 더불어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재정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달러가 약세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재정 우려로 달러 자산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시장 신뢰를 훼손한 측면도 있지만 미국 재정적자 문제도 시장 심리의 임계점을 넘은 듯하다"라고 진단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도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한 이후 미 정부부채 증가 우려가 부각됐다"라고 했다.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과 주식 투자자들의 피로감도 높아졌다. 철강, 정유, 석유화학, 배터리, 항공 등 원유·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조선, 기계, 방산, 자동차, 타이어 등 수출 비중이 큰 업종들은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이에 각 기업에서는 환율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환 헤지 전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환 헤지는 선물환 계약, 통화 스왑, 옵션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활용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기업들은 환율이 오르거나 내리는 방향보다, 하루에도 수십 원씩 출렁이는 변동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수출·수입 조건뿐 아니라 투자 일정과 원가 산정, 환헷지 시점 등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환율이 급등한 뒤 빠르게 떨어질 경우, 재고 평가손실이나 계약 조정 부담 등 후속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원·달러 환율의 급변동으로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환차손 우려도 커졌다.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주식·채권) 보관금액은 올해 1분기 1478억9361만 달러(약 206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145억9930만 달러(약 159조 원)에서 29.05% 늘은 수준이다.통상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원화 가치가 낮아져야 미국 주식을 팔고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유리하다.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 오히려 평가손실이 날 수 있어 서학개미들은 환율을 살피며 투자해야 한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뉴욕증시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고 환율의 변동성도 높아진 만큼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시기"라며 "환헤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환율 변동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