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산업을 통해 시간과 공간, 문화 만들기 강조하이트진로, '글로벌 소주 매출 5000억원' 2030 비전"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적극 투자 … 글로벌 경쟁 이어갈 것'
  • ▲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가 5월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공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가 5월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공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하이트진로의 경쟁자는 넷플릭스, 여행자, 그리고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5월 18일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에드미럴 호텔 마닐라에서 진행된 2025 하이트진로 필리핀 기자간담회에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는 “술을 파는 것이 아니라 주류 문화를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류산업을 통해 시간과 공간,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이다”면서 “문화와 사람을 연결하는 촉매재가 주류문화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은 하이트진로가 진출한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현지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진로소주의 주요 소비층이 과거 교민 위주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전환됐으며, ‘청포도에이슬’ 등 과일 리큐르에서 일반 소주로의 변화 등이 이유로 꼽힌다.

    또 유흥채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가정 채널에서도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점은 진로가 현지인의 음주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물론 주류와 문화가 연결된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요즘처럼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꾸준히 투자를 하고 또 많은 시간을 견디면 문화가 창조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같은 축제처럼 하이트진로 역시 지자체와 협업한 지역축제나 이슬라이브 페스티벌 등을 통해 주류와 문화가 연결된 장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새로운 비전인 ‘진로(JINRO)의 대중화’를 선언했다. 글로벌 브랜드로서 세계인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주류 카테고리로 성장시킨다는 의미로, 해외시장 소주 매출 5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김 대표는 필리핀 현지 시장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을 바로 ‘가정채널’이라고 봤다. 극히 일부의 유흥 채널에서만 볼 수 있었던 진로 소주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내든 해외든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즉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필리핀 현장을 둘러봤는데 과거와는 달리 편의점, 슈퍼, 쇼핑몰 등 가정 채널에서 진로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필리핀에 체류 중인 한국 분들이 한국 업체를 통해 소주를 가져와 식당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대중화를 통해 각각 채널에서 볼 수 있게 된 만큼 이러한 부분을 더욱 성장시켜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 ▲ 현지 마켓 '퓨어 골드'에서 소비자들이 진로 소주를 살펴보고 있다.ⓒ조현우 기자
    ▲ 현지 마켓 '퓨어 골드'에서 소비자들이 진로 소주를 살펴보고 있다.ⓒ조현우 기자
    실제로 필리핀 시장 초기 하이트진로는 한인 소비층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하이트진로는 재외동포 위주의 영업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현지 유통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필리핀 전역으로 유통망을 본격 확대했다.

    이후 현지 소비자들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주요 소비 주체가 변화했다. 실제로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2013년 8만8000명이었던 필리핀 내 재외동포수는 2023년 3만4000명으로 61%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소주 수출은 3.5배 증가했으며 특히 2022년부터 2024년은 연평균 41.7%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소주 소비층이 교민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이트진로의 미래 비전은 글로벌이다. 지난해 베트남 타이닌성 내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 착공한 베트남 공장은 축구장 11배 크기인 8만2000여㎡(2만5000여평) 규모로 지어진다.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팩토리로 연간 최대 500만 상자까지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현재 한국 주류 산업은 1% 성장도 못하고 있을 정도로 둔화됐다”면서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 공장은 내년 말 시운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격적인 양상 체제는 2027년 갖춰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투자로 글로벌 경쟁을 위한 내실을 쌓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영업이익이 적자가 나는 회사는 망하지 않지만, 매출이 없고 시장이 없는 회사는 망한다”면서 “영업이익이 적자라고 노력과 투자를 하지 않으면 (경쟁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당사 어느 법인이든 마케팅비, 관세, 운반비 등을 포함한 투자가 많은 시기”라면서 “이익적인 측면에만 연연하지 않고 글로벌 주류사들의 경쟁과, 현지 진입장벽을 넘기 위해 시장을 만들고 매출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