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지난 20일부터 부수업무 전환 … 업계 최초 '정식 운영'월세 200만원 이하 85% … 연간 수십조 시장 '잠재력' 주목"카드결제 수수료 임차인 부담" … 제도 실효성은 여전히 과제
  • ▲ ⓒ챗GPT
    ▲ ⓒ챗GPT
    신한카드가 월세 카드납부 서비스를 금융당국의 부수업무로 전환하며 업계 최초로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시범사업에 머물던 개인 간 카드결제가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향후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유동성 확대와 카드사의 신규 시장 확보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한편, 수수료 전가와 임대인 소득 노출 등 제도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신한카드, 지난 20일부터 월세 카드납부 부수업무 개시 … 현대·우리 전환 검토 중

    신한카드는 지난 20일부터 '월세 납부대행서비스'를 카드업 부수업무로 개시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9일 신한카드의 부동산 월세 납부대행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승인하면서 기존 혁신금융서비스로 시범 운영되던 서비스가 업계 최초로 정식 운영으로 전환했다.

    월세 카드납부는 임차인이 주택이나 상가의 월세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가 해당 금액을 임대인에게 입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법인·체크카드는 사용할 수 없으며, 신청 시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가족이나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는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동성 확보와 함께 카드 실적·포인트 적립 등의 부가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특히 현금이 부족할 경우 카드 결제를 통해 월세를 납부할 수 있어 생활비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정기적인 납부 이력이 쌓이면 신용도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 잠재력도 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월세 거주 가구는 약 770만 가구로, 이 중 85%는 월세 200만원 이하 수준이다. 카드 결제로 전환 가능한 고정 지출 규모만 따져도 연간 수십조 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월세 카드납 서비스를 운영 중인 신한·현대·우리카드의 지난해 신청 건수는 총 1만981건으로, 전년(9143건) 대비 약 20.1% 늘었다.

    현대카드는 내년 6월 시범 운영 종료 이후 부수업무 전환을 검토하고 있으며 우리카드도 정식 업무 편입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주도 아래 다른 카드사들도 월세의 카드납부를 지원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발표한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통해 월세 등 개인 간 카드거래 허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의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월세와 중고거래와 같이 개인 간 카드 거래 허용 등으로 포함돼 후속 지침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수수료·동의 절차 등 실효성 논란도 … 제도화 첫걸음에 의미

    월세 카드납부 서비스가 제도권에 편입됐지만, 실질적인 활성화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우선 수수료 구조가 있다. 카드 납부 수수료는 보통 결제금액의 1% 안팎으로, 실무상 대부분 임차인이 부담한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부담 주체를 임대인 또는 임차인 중 선택 가능하도록 설계했지만, 실사용 과정에서는 임차인 부담이 고착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 카드납 한도가 월 200만원, 연 240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고액 임대차 계약의 경우 제도 활용이 어렵다. 월세 규모가 큰 자영업자나 중대형 상가 임차인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신청 과정에서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점도 번거로운 요소로 꼽힌다. 특히 카드 결제 시 임대소득이 노출될 수 있어, 일부 임대인들이 카드납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카드업계는 이러한 임대인 반감이 서비스 이용률이 낮은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앞서 KB국민카드는 참여율 저조로 서비스를 중단했고, 삼성카드는 지난해 12월 서비스 기간 만료로 철수했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월세 결제를 넘어, 개인 간 카드결제 확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고정적인 월세 지출을 카드로 전환하면서 카드사 입장에서는 고객 락인 효과와 실적 누적, 충성도 제고 등 다양한 전략적 기회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제 수단의 다양화와 수익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월세 카드납이 제도화되면 긍정적인 효과가 많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카드 사용을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실적을 쌓아 이탈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