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조병기 교수팀, 전원 꺼져도 정보 유지하는 저전력 초고밀도 메모리 신소재 세계 최초 개발

단국대학교는 화학과 조병기 교수 연구팀이 초고밀도 메모리 시대를 앞당길 '강유전 액정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신태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팀이 공동 참여했다.

현재 활용되는 반도체 메모리 기술은 주로 디램(DRAM)이나 낸드플래시(NAND Flash) 메모리이다. 그러나 기존 메모리는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소실되거나 집적도가 낮아 고밀도 메모리 개발에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다. 관련 업계에선 강유전성(强誘電性)을 활용한 차세대 초고밀도 메모리 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강유전성은 외부의 전기장이 없어도 전하가 한쪽으로 쏠린 분극 상태를 유지하는 성질을 말한다. 전기장에 따라 소재의 분극이 전환될 수도 있고 전기장이 사라진 이후에도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강유전체는 전원이 꺼진 이후에도 정보를 유지할 수 있어 저전력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로 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메모리 소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상온에서 분극의 성질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 미세 공정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전원이 제거된 후 일부 정보가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트라이아졸(고리 안에 3개의 질소 원자를 가진 불포화 5원자 복소 고리 화합물)' 기반 화합물과 액정의 특성을 활용한 나선형 원기둥 구조의 새로운 강유전체를 개발했다. 이 구조는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분극을 유지하고 필요할 때 분극 방향을 바꿀 수 있어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다. 특히 원기둥의 지름이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해 작은 면적에 많은 셀 배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전력 소모가 적은 고밀도 차세대 메모리 소자에 적합하다.

조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안정적인 나선형 구조여서 정보를 완벽하게 유지할 수 있다. 강유전체 램(FeRA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 제작에 유리하다"며 "앞으로 전자종이, 유연한 압전 센서, 인체착용형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논문(상온에서 완전한 분극 유지와 강유전 스위칭을 구현하는 나선형 컬럼형 액정)은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응용화학 인터내셔널 에디션(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이달 게재됐다. 조 교수가 교신저자, 박성원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 변재덕 박사가 공동 1저자로 각각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