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원자력 관련 규제 완화 … 태웅 7%대 급등외인·기관 ‘러브콜’ 지속 … KRX 유틸리티·건설지수↑“한국 원전 밸류체인의 수혜 폭, 기대보다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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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원자력 발전 관련주들이 일제히 강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원자력 산업 활성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45분 기준 태웅은 전 거래일(1만9100원)보다 7.85% 급등한 2만6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또 다른 원자력 관련주인 ▲GS건설(6.90%) ▲지투파워(3.69%) ▲대우건설(3.34%) ▲우진(2.81%) ▲효성중공업(1.15%) 등이 동반 강세다.

    앞서 이들 종목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실제 주요 원전주들이 포함된 ‘KRX 건설’ 지수와 ‘KRX 유틸리티’ 지수는 이달 들어 27일까지 각각 15.81%, 14.24% 급등했는데, 이는 수익률 기준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KRX 산업지수 중 ‘KRX 운송(18.25%)’에 이은 상위 2, 3위 수준이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4104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종목 상위 2위에 이름을 올렸고 효성중공업(3601억원), 한국전력(1416억원), 현대건설(994억원) 등도 대거 담았다. 기관들도 한국전력 2232억원을 순매수하면서 1위에 올라섰고 현대건설(1074억원), LS ELECTRIC(749억원), GS건설(464억원) 등을 집중 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두산에너빌리티(-3929억원), 한국전력(-3230억원), 효성중공업(-2927억원)이 순매도 상위 종목 2, 3, 4위를 나란히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국내외 원자력 테마 관련 종목들이 줄강세를 나타냈다. KB자산운용의 ‘RISE 글로벌원자력’은 29.94%나 폭등했으며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원자력iSelect(29.32%)’ ▲한화자산운용 ‘PLUS 글로벌원자력밸류체인(26.52%)’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원자력테마딥서치(23.64%)’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20일 신규 상장한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원자력SMR’도 6거래일 만에 14.01% 급등했다.

    이처럼 최근 국내 원전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 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원자력 발전 안전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4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영향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개혁 ▲에너지부 내 원자력 에너지 연구 개혁 ▲연방정부 토지 내 원전 건립 추진 ▲미국 내 우라늄 채굴 및 농축 확대 등에 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향후 25년 내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규제 절차를 산업의 실제 필요와 공공 안전에 맞춰 개혁하는 내용이다. 원자로 시험과 관련한 규제 절차를 개정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는데, 여기에는 내년 7월 가동을 목표로 3개의 새로운 실험용 원자로에 대한 시범 프로그램을 만드는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는 원자력 시대며 우리는 매우 크게 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행정명령은 원자력 산업에서 미국을 진짜 파워(국가)로 다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원자력 산업 정책이 강화되면서 국내 원전 관련 업체들이 혜택을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이라는 목표가 실현된다면 국내 원전 밸류체인에는 그동안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며 “이번 행정명령은 구체적 숫자의 현실성보다는 ‘트럼프 정부는 원전에 진심이다’라는 의지 확인 측면에서 중요하며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든 한국의 원전 밸류체인의 수혜 폭은 기대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AI 산업의 발전에 따라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전주들은 SMR을 중심으로 이미 글로벌 증시 주도주가 됐다. 특히 올해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역사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세계 원전 설비용량은 2023년 말 372GW에서 2050년 514GW(저시나리오) 내지 950GW(고시나리오)로 최소 38%에서 최대 155%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원전 신규 건설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봤고 2035년까지 원전 운영국이 현재 32개국에서 42~44개국으로 10~12개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AI와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은 전력 수요를 급증시키며 원자력과 같은 기저 전력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며 “원자력의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은 8.9%며 수력·풍력·태양광·바이오에너지를 포함한 저탄소 전력 대비로도 2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원자력이 청정에너지 전환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2년 말부터 이어진 에너지 위기,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강화가 겹치면서 원자력 산업이 다시금 재평가받고 있고 무엇보다 AI 산업 발전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원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며 “특히 SMR은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 조립이 가능한 소형, 모듈형 원자로로 여러 장점을 갖춘 차세대 원자력 발전 기술이며 탄소배출이 없는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한 장점이 부각돼 빅테크 중심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