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생산 0.8%↓·소비 0.9%↓·투자 0.4%↓ 부진美 관세 여파에 車 생산 4.2%, 반도체 2.9% 감소한은 "올해 성장률 0.8%"… 커지는 R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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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멈추고 4월 들어 감소로 전환됐다. 서비스업 생산이 줄고, 소매 판매와 투자까지 동반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된다.내수 부진과 관세 영향으로 인한 수출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 연구기관에 이어 한국은행마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낮추면서 우리 경제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통계청이 30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산업생산 지수는 113.5(2020년=100)로 전달보다 0.8% 감소했다. 공공행정(-6.3%), 광공업(-0.9%), 건설업(-0.7%), 서비스업(-0.1%)에서 생산이 모두 줄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특히 자동차(-4.2%)와 반도체(-2.9%) 등 수출 주력 제조 업종의 생산이 나란히 감소하면서 제조업이 부진한 모습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 12월부터 이후 넉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다가 4월 들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자동차는 기타 친환경차나 특수목적용 등 완성차 중심으로 감소했다"며 "3월부터 조지아 공장이 본격 가동되고 관세 영향도 반영돼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9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대폭 끌어내리면서 미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국내 산업을 자동차로 꼽았다.한은의 '미국 관세정책의 품목별 수출 영향'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관세 정책이 지속될 경우 자동차의 국내총생산(GDP) 재화 수출은 0.6%, 대미 수출은 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우리 경제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생산도 2.9% 줄었다. 3월 13.3% 증가하며 반등한 뒤 한 달 만에 또 다시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관세 부과를 앞두고 늘어났던 메모리 반도체 사재기 수요가 다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내수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재화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도 의복 등 준내구재(-2.0%),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4%), 의약품 등 비내구재(-0.3%)에서 판매가 모두 감소해 전월대비 0.9% 줄어들었다.업태별로는 백화점(-3.5%)과 대형마트(-2.3%), 슈퍼마켓·잡화점(-2.3%) 등에서 일제히 감소했다. 그나마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늘고 이들의 지갑이 열리면서 면세점(8.4%)에서는 소매판매가 늘었다.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도 차갑긴 마찬가지다. 서비스업 생산 중 숙박·음식점업은 1년 전보다 2.5% 감소했다. 2023년 4월 이후 월별 숙박·음식점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건설경기의 선행 지표 격인 건설수주는 토목(-33.8%)·건축(-11.0%)에서 모두 줄어 전년 동월 대비 17.5% 감소했다. 건설 수주 감소폭은 지난해 1월 35.3% 감소한 이후 15개월 만에 최대 감소다.다만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8.9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9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증가했다.기획재정부 관계자는 "4월 지표는 좋지 않았지만 통상 리스크 대응, 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을 위한 추경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고 경제심리 회복, 건설투자 활성화 등 내수 부진요인별 맞춤형 대응노력을 지속·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하지만 올해 한국 경제가 0%대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침체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물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0%대 경제 전망을 최근 내놓은 데 이어 전날 한은마저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0%대 저성장은 1980년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여파 등 외부 충격이 있었던 시기에만 나타난 예외적 수치다. 그만큼 한은조차 한국 경제의 하강 가능성을 무겁게 보고 있는 셈이다.올 1분기 역성장(-0.2%)에다 미 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과 내수 부진이 겹친 영향이 큰데, 경제 침체 바닥이 어디까지 갈지 안갯속인 상황에서 다음달 출범할 새 정부의 비상 대응이 더욱 절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