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탄소 배출 규제 매년 강화 … 평균 2% 감축韓 조선사, LNG 등 친환경 선박 앞세워 수주 확대친환경 선박, 일반 선박比 고부가 … 실적에도 도움 李,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약속 … 정부 지원 기대
  • ▲ HD현대중공업 조선소 ⓒHD현대중공업
    ▲ HD현대중공업 조선소 ⓒHD현대중공업
    글로벌 탄소 배출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너도나도 친환경 선박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탈(脫) 탄소' 선박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미래 선박 시장으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부터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CII는 선박이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요구하는 국제 규제로, 전체 등급은 A∼E로 나뉜다. 다만 매년 그 문턱이 높아지고 있어 조선사들에 매년 평균 2%가량의 탄소를 감축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IMO가 신규 선박의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필수 조치인 선박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도 올해부턴 3단계가 적용되고 있다.

    EEDI 3단계는 가장 높은 난도의 조건으로, 기존 선박에 비해 탄소 집약도를 최소 30% 이상 줄인 것이 특징이다. 대형 컨테이너선과 같은 일부 선박은 50%가량 감소해야 하는 더 엄격한 목표를 적용한다.

    탄소 규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강화되고 있는 만큼 조선사들은 일찍이 친환경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다. 이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선과 더불어 메탄올, 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 기반의 저탄소 선박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이른바 국내 '조선 3사'로 불리는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은 친환경 선박 기술력과 탄소 포집·저장(CCS) 시장에서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세계에서 발주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은 38척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이 가운데 24척을 수주해 수주점유율이 절반을 훌쩍 넘겼다. 암모니아 추진선 수주도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5월 OCCS(선박용 탄소포집설비)를 탑재한 LCO2 운반선을 공개한 데 이어 최근 3796억 원 규모의 LNG 운반선 1척 수주 계약을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와 체결하며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 ▲ 한화오션 상선사업부장 김종서 사장(왼쪽)과 한국선급 이형철 회장이 150,000CBM급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기술협력 MOU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오션
    ▲ 한화오션 상선사업부장 김종서 사장(왼쪽)과 한국선급 이형철 회장이 150,000CBM급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기술협력 MOU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오션
    한화오션의 경우 최근 글로벌 선급들과 손잡고 친환경 선박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국선급(KR), 노르웨이선급(DNV) 등과 총 3건의 친환경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향후 암모니아 운송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암모니아 운반선 대형화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이러한 친환경 선박 전환 흐름이 실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친환경 선박은 일반 선박보다 선가가 높고 수익성 역시 뛰어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과 같은 고부가가치 전략이 조선업계의 해결과제인 인력난 해소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라며 "인력 유입 둔화로 국내 조선사들이 숙련 기능 인력 부족 문제를 겪는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은 인건비 지출 여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전년 동월 대비 크게 감소한 가운데서도 고부가가치 선박을 많이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66만CGT(표준선 환산톤수·71척)로 작년 동월 대비 55% 급감했다. CGT는 선박 무게(GT)에 부가가치, 생산능력, 기술력 등을 고려한 계수(C)를 곱한 것이다.

    한국은 이 중 25만CGT(8척·15%)를 수주해 64만CGT를 거머쥔 중국(42척·39%)에 이어 수주량 2위를 기록했다.

    다만 척당 CGT는 한국이 3만1000CGT, 중국이 1만5000CGT로 집계됐다. 한국이 중국보다 고부가가치 선박을 많이 수주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한 이재명 대통령의 조선 관련 정책 힘입어 조선업계의 친환경 전환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조선 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과 더불어 '스마트·친환경 미래 선방 시장 선점'을 약속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세계 선박 시장도 탄소배출 절감 요구 속에 점차 친환경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라며 "LNG 선박과 전기선박 경쟁력을 높이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탈탄소 기술 경쟁이 심화하는 와중에 고숙련 인력 부족 문제가 당면한 과제"라며 "앞으로 친환경 전환 기술 지원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에서 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