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SK이노, 1Q 이어 2Q 손실 예상국제유가 약세, 정제마진 회복 효과 상쇄'역래깅'에 재고 평가 손실까지 떠안게 돼미국향 항공유 수출 증가 … "그나마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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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정유업계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유가격 하락이 이 효과를 상쇄하며 실적을 발목 잡고 있어서다. 정유사들은 여름 성수기 항공유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하반기엔 상황이 개선되길 희망하고 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는 매출 8조4610억원, 영업손실 849억원이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6%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나, 손실액은 215억원에서 더 확대된 수치다.

    SK이노베이션 역시 2분기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매출은 19조140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영업손실액은 1881억원으로 손실폭을 키울 전망이다. SK이노는 앞서 1분기에는 지난해 동기 대비 12.2% 증가한 21조1466억원의 매출을 올린 가운데서도 2154억원의 영업손실을 달성한 바 있다.

    국내 정유사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 1분기 평균 3.1달러에 그쳤다.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보통 4~5달러로, 이를 밑돌면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본 것을 의미한다. 이에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70~80% 급감했다.

    2분기 들어 정제마진은 4월 평균 4.4달러, 5월 평균 6.6달러로 올랐고 6월 첫 주엔 7달러를 넘어서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정유사의 노후 설비 폐쇄와 중국 정유사의 가동률 하락으로 공급이 조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석유제품 수요회복 없이 공급 조절로 이뤄진 결과여서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특히 2분기에는 국제유가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정제마진 회복 효과를 상쇄, 정유사 이익폭이 더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유가는 2분기 들어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60달러선으로 하락하며 1분기(70달러선) 대비 약세를 보였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되고,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진 결과다.

    유가 하락은 정유사들이 비싸게 매입한 원유로 정제한 석유제품을 낮은 가격에 판매해야 하는 이른바 ‘역래깅’ 현상을 초래한다. 아울러 정유사들은 원유를 사전에 매입해 재고로 보유하는데,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자산 가치가 감소해 손실로 계상된다. 2분기 국제유가가 1분기보다 더 떨어진 점에 비춰 정유사의 재고 평가 손실도 더 커질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글로벌 경기 불황 지속과 무역전쟁 등에 당분간 정유업계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증산을 계획 중으로, 국제 원유가격은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값 에너지 정책’을 내세우며 석유 증산을 예고했고, OPEC도 감산을 해제하기로 했다.

    이러한 가운데 항공유 수출이 증가세인 점은 국내 정유사에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한국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대미 항공유 수출이 늘고 있다. 2월 278만 배럴, 3월 303만9000 배럴, 4월 382만3000 배럴 등 증가 추세다. 5월 한 달 수출량은 430만 배럴로 추정, 2021년 6월(456만 배럴) 이후 4년여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항공업계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향 항공유 수출을 늘리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정유소가 화재로 가동을 중단했고, 일부 정유소가 셧다운으로 미국 내 생산량이 줄어든 사이 국내 정유사가 미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SK이노,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실적에서 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15~20%다. 정유업계는 여름 성수기 항공유 수출 증가와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약세를 지속한다고 가정하면 재고 평가 손실폭도 갈수록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