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수요 부진·저유가·고환율 '삼중고'적극적인 신규 사채 발행으로 빚 부담 대응SK이노 4천억, GS칼텍스 1200억 발행 러시AA급 신용도 상환 능력 우량 … 흥행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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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정유사들이 사채 차환을 목적으로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올 1분기 정유부문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적극적인 자금조달 및 차환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공모채 시장 문을 두드린다. 오는 22일 수요예측을 거쳐 30일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전망)은 ‘AA(안정적)’로, 채무상환 능력이 우량하다고 평가되는 만큼 회사채 발행에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SK이노는 올 7월 2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사채 차환까지는 3개월여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선제적 자금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아울러 만기도래 사채보다 더 많은 액수의 회사채 발행으로 현금흐름을 개선, 유동성 확대를 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GS칼텍스 역시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차환 외 가용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GS칼텍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으로 채무상환 능력이 우량한 것으로 평가돼 수요예측이 흥행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에쓰오일도 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수요예측이 흥행하자 4400억원으로 증액 발행, 만기가 도래한 4400억원의 회사채를 차환한 바 있다. 현재 9조원이 투입되는 ‘샤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원가경쟁력을 제고하고 기초 체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기업들이 자금 계획을 시행하는 연초 효과가 지난 현재 국내 정유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실적 보릿고개가 예상보다 길어짐에 따라 선제적으로 실탄을 확보해 재무 건전성을 관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사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실제 글로벌 관세전쟁 격화로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국제유가는 급락하며 경기 불확실성이 극대화하고 있다. 원유를 달러로 수입, 정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정유업계는 직격타를 맞은 형국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는 원유를 미리 사두고 몇 달 후 달러로 결제하는데, 결제 시점에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입는다”며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손익분기점 위 아래를 널뛰고 있다.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유가가 회복돼도 정제마진은 살아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유업계는 올 1분기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이 1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쓰오일은 정유 부문에서 수백억대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큰 폭의 실적 감소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