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LPG만 '수입부과금', 규제 전봇대 20년 넘게 방치지상 유전 고도화설비 투입 ‘원료용’ 중유 '개별소비세' 부과도'역차별', 위헌 논란 불구 정부 '묵묵부답' …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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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이미지는 ChatGPT(OpenAI)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통해 제작됐습니다.
    석유화학분야로 영토를 확장하며 생명 연장에 나선 정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美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전쟁 여파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실적은 연초부터 곤두박질이다.

    국제유가에 따라, 환율, 전쟁 등 지정학적리스크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각종 변수가 많은 사업 분야다 보니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아 왔지만, 최근 지표는 단지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 여러 위기 상황에서도 지켜내던 성장의 맥박이 미약해졌다.

    트럼프의 석유산업 부흥 정책에 따라 당분간 국제 석유 시장이 저유가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정유산업 역시 회복이 요원하다.

    실제 지난해 연간 실적 적자에 이어 성수기로 불리는 올 1분기마저도 적자나, 적자에 가까운 성적표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올 1분기 석유사업부문매출은 11조9181억원에 36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2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93.86% 급락했다.

    HD현대오일 역시 각각 6조6757억원, 385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11.69%, 82.82% 줄었다. -5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에쓰-오일은 적자로 분기를 마감했다.

    9일 실적발표가 예정된 GS칼텍스 역시 1분기 약 500억원대 수준의 영업이익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분기 4000억원대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으로 예상된다.

    2분기도 상황 역시 녹록잖다. 국제유가는 한 달 새 15%가량 급락했고, 정제마진은 배럴당 2달러 밑으로 주저앉았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재고평가 이익에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원유 가격이 비쌀 때 사들인 원료인 만큼 가동하면 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경기침체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산유국들의 증산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공급과잉 우려까지 확대되고 있다.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유가 반등이나 정베마진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글로벌 경기 흐름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정유업계의 실적 전망이 어둡지만,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는다. 온 나라의 관심이 반도체, 항공우주, AI, 로봇 바이오, 미래형 선박, 방위 산업, 스마트팜 등 첨단산업 및 신산업 지원에만 관심이 쏠리다 보니, 아프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한다. 이와 달리 실적이 좋을 때는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둥 온갖 압박을 받기도 한다.

    '산업의 혈액'으로 불리며 50년 넘게 국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담당해 왔던 정유업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사실상 기름 한 방을 나지 않는 나라지만, 휘발유, 경유, 등유, LPG 등 안정적인 공급은 물론, 수출로 외화까지 벌어 오다 보니, 미세 먼지가 잔뜩 끼지 않으면 관심조차 없는 '공기' 같은 존재가 됐다.

    게다가 여러 차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또 세수 부족을 이유로 한 번 기울어진 운동장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정유사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LPG(석유액화가스)에 대한 역차별이다.

    정유사들이 원유 정제과정에서 병산 되는 LPG에는 석유수입부과금(ℓ당 16원)이 부과되지만, SK가스, E1 등 수입 LPG에는 부과금이 면제되고 있다.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완제품을 수입하는 회사 대비 역차별받는 상황이 2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지만 정부의 개선 움직임은 없다.

    성상과 용도가 똑같지만, 원료인 원유를 수입해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부과금이 부과돼, 석유정제산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조세평등주의에도 어긋난다.

    정부가 이처럼 머뭇거리는 건 이유가 있었다.

    석유수입 부과금은 1979년 도입됐고, 당시에는 LPG 완제품에 대해서는 부과금이 없었다. 그러나 1982년 시행령 개정으로 수입 석유 제품에도 부과됐다. 

    하지만 2000년 특별한 이유 없이 수입 LPG만 석유수입부과금이 다시 면제됐다. LPG가 민생용 연료이기 때문에 면제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애초 LPG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태워 버렸던 제품이었다. 송강호 주연 영화 '택시'를 보면, 1980년 5월에도 택시는 휘발유를 사용했다. 

    이후 2차 오일쇼크 경험 후 치솟는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택시에 LPG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됐으며, 휘발유 대비 값이 싸다 보니 장애인 단체, 국가유공자단체 등의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또 매번 선거철마다 LPG는 특혜처럼 선거 공약으로 얼굴을 내비쳤다. LPG가 장애인 차량, 식당 등 소상공인 등이 주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LPG 수입사들의 국내 시장 지배력이 강화됐고, LPG 차량 역시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특정 계층이 아닌 일반인들도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지 오래다. 국내 수입품 LPG 점유율 역시 2001년 55%에서 2024년 78%까지 늘어나 불공정경쟁 여건이 심화하고 있다.

    게다가 석유화학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의 경우 국내 생산제품과 수입 제품에 대한 형평성을 맞추고 있다.

    LPG에 대한 위헌적 수입부과금에 이어 고유가 시대 휘발유, 경유, 등유 등 고부가 석유 제품 생산 확대를 위해 원료로 사용되는 중유(벙커C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 역시 기형적인 과세 체계 중 하나로 꼽힌다.

    개소세는 최종 제품,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원료에 개소세를 부과하는 경우는 OECD 등 선진국을 포함한 주요 66개국 중 그 어느 곳도 없다.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정유업계의 LPG 수입부과금 등 규제 철폐는 특혜가 아닌, 역차별 해소를 통한 형평성 확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우리 경제는 역성장(GDP -0.2%)을 기록했다. 소비, 투자, 수출 등 총체적 어려움에 빠진 것이다. 게다가 주변 국가와의 외교 현안도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침체의 늪에 더 깊이 빠져 들지 않으려면 기업 혁신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정유업계가 정부에 요청하고 있는 국내 생산 LPG 수입부과금과, 원료로 사용하는 중유에 대한 개소세 등은 잘못된 규제 전봇대 철거에 관한 내용으로 각각 250억, 600억(LG화학, 한화토탈 등 석유화학업계 합산시 약 800억원 수준) 규모다. 매년 1수백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운영하는 정유업계 입장에서 효과는 미미하다.

    역차별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위배 될 뿐만 아니라, 형평성 원칙, 공정거래 취지에 반하는 위헌적 소지가 있는 만큼 차별 규제의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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