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2차전지’ 지수, 0.62%↓ … 코스피·코스닥 수익률 하회골드만삭스 “한국 이차전지 업황, 전반적인 어려움에 직면해”중국산 물량 공세에 미국·유럽 시장서 고전 … 하반기도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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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앤에프
국내 증시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일 ‘허니문 랠리’를 펼쳐오고 있는 가운데, 이차전지 관련주들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국내 이차전지 업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데다 미국·유럽 시장 내 한국 기업들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어서다.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전장(2383.19)보다 14.78포인트(-0.62%) 하락한 2368.41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코스피(1.55%)·코스닥(1.06%) 수익률을 하회하는 수치며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테마형 지수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416만주, 5338억원으로 집계됐다.지수 구성 종목들도 전반적인 약세를 나타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에코프로머티가 4.96% 급락해 낙폭이 가장 컸으며 ▲에코프로비엠(-3.95%) ▲에코프로(-2.32%) ▲LG에너지솔루션(-2.06%) ▲삼성SDI(-2.01%) ▲SKC(-0.73%) 등이 동반 하락했다. 이날 LG화학은 보합권에 머물렀고 POSCO홀딩스(0.39%)와 SK이노베이션(1.30%)은 상승 마감했다.특히 이차전지 소재 기업 엘앤에프는 이날 9.51% 폭락했다. 글로벌 IB 골드만삭스가 전날 투자 의견을 ‘매도(Sell)’로 하향 조정한 영향이다. 골드만삭스는 엘앤에프의 재무 건전성을 지적하며 내년 말 기준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추정치를 각각 376%, 0.3%로 제시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해당 지표가 1 미만이면 그해 이익으로 이자조차 다 갚지 못함을 의미한다.골드만삭스는 한국 이차전지 업황이 전반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라고도 평가했다.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미국 전기차 시장 규모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 하나증권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BEV) 판매량은 3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9.5%의 성장세를 이어오다 4월 -2.9%, 5월 -4.9%로 감소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앞두고 선주문(pull-in) 효과마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유럽의 경우 독일, 영국 등의 국가에서 전기차 판매 호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해당 시장 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출하는 여전히 감소세다. 4월 누적 유럽 시장 내 한국 배터리 3사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4% 감소했다.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판매 회복·유럽 배터리 출하 증가가 확인될 때 실적 추정치 추가 하향 조정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으며 실적 추정치 상향 조정에 따른 주가 반등도 기대할 수 있다”며 “두 가지 원인 변수가 회복되기 전까지 섹터에 대한 공격적인 접근은 어렵다”고 설명했다.이에 이차전지주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자 개별 종목뿐만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들도 일제히 내리막을 걸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는 2.69% 하락했으며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2.32%)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2.05%) ▲신한자산운용 ’SOL 전고체배터리&실리콘음극재(-1.99%) 등도 내렸다.하반기 전망도 어둡다.iM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 시행과 대기자원위원회(CARB)의 배출가스 규제 재량권 철회가 이차전지 업황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인 OBBBA가 하반기부터 시행될 경우 북미 전기차 판매량의 중장기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며 CARB의 배출가스 규제 재량권 철회 시 오는 2026년부터 북미 전기차 판매량 성장세는 예상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미 전기차 판매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경우 국내 이차전지 업종의 실적 컨센서스가 추가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절대적인 실적의 바닥 구간은 지나고 있으나, 중장기 실적 전망치는 여전히 하향 조정 중”이라며 “국내 배터리 업종의 주가 조정도 이어졌지만, 실적 추정치 하향에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도 여전하다”고 진단했다.이어 이 연구원은 “미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미국의 탈중국 기조를 감안하면 중국 업체 대비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유효하며 향후 큰 폭의 주가 조정은 제한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전기차용 2차전지 업종별 시장가치는 배터리 250~350조원, 양극재 30~4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기업별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에너지저장장치(ESS)·로봇, 리튬인산철(LFP)·나트륨이온배터리(NiB) 등 기타 배터리·양극재 시장이 확대되지 않은 이상 큰 폭의 업사이드 여력도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