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포뮬러E' 스폰서십 브랜드 필름 대행한 우동수 SM C&C CD 인터뷰"타이어, 단순한 산업 제품 아닌 기술 집약적 하이테크… 허구 배제하고 리얼리티에 방점"'타이어 광고 문법' 깨고 메시지·비주얼·사운드에 한국타이어의 기술력 녹여 차별화"과감한 시점의 전환으로 새로운 설루션 발견"
  • AI(인공지능)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광고 시장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기술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놀라울만큼 자연스럽고 정교한 영상 구현이 가능해진데다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덕에 AI를 전혀 활용하지 않은 광고를 찾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러한 'AI 만능 시대'에 오직 '리얼리티(reality)'로 승부한 한국타이어 광고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브리프는 한국타이어 '포뮬러 E(Formula E)' 스폰서십 브랜드 필름을 대행한 SM C&C의 우동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이하 CD)를 만나 이번 캠페인의 크리에이티브 인사이트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자세히 들어봤다. 

    한국타이어는 2023 시즌부터 글로벌 전기차 레이싱 대회인 '포뮬러 E'의 공식 파트너사로 참여하며 세계 최고의 하이테크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전기차 레이싱의 퍼포먼스를 책임지는 핵심 요소인 전기차 타이어 '아이온(iON)'의 첨단 기술력을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우동수 CD는 "우리가 알고 있는 타이어는 단순한 산업 제품처럼 보이지만, 첨단 기술이 집약된 하이테크 제품"이라며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브랜드의 첨단 기술력, 혁신, 미래 비전 등을 보여주는 광고들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CG)이나 3D 등을 활용하는데, 한국타이어 광고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다면 그저 '원오브뎀(one of them, 여러 사람 중 하나)'이 됐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캠페인의 콘셉트를 '리얼리티'로 잡았다. 허구를 모두 배제하고, 진짜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운을 뗐다. 

    포뮬러 E 대회 출발선에 선 듯한 설렘과 긴장감을 표현한 첫 장면부터, 세밀한 공정과 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iON 제조 과정, 각종 테스트를 거쳐 마침내 포뮬러 E 경주에 나서기까지. iON 전기차 타이어의 여정을 속도감 있게 담은 이번 브랜드 필름은 CG나 3D가 아닌 오롯이 인간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우 CD는 "심지어 광고 콘티조차 AI의 도움 없이 정교하게 수작업으로 진행했다"며 "최대한 리얼리티를 구현하기 위해 그 어떤 것에도 CG나 3D를 사용하지 않았고, 광고 메시지와 비주얼, 사운드 모든 것에 한국타이어의 기술력을 리얼하게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 ▲ 우동수 SM C&C CD. ©서성진 기자
    ▲ 우동수 SM C&C CD. ©서성진 기자
    이번 광고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비주얼과 사운드가 빚어 낸 강력한 시너지다. 마치 한 편의 레이싱 영화 예고편을 보는 것처럼 세련되고 화려한 영상의 바탕에는 '날것'에 가까운 '리얼리티'가 깔려 있다. 

    우동수 CD는 "이번 캠페인 영상은 한국타이어 금산 공장과 대전에 있는 R&D 센터 한국테크노돔에서 촬영됐고, 공장 내 기계음은 광고 사운드의 원재료가 됐다"면서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한국타이어의 하이테크 기술력을 느끼게 하기 위한 과감한 도전이었다"고 회상했다.

    일반적인 광고 촬영은 광고를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최적의 환경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교한 제조 공정의 순간과 기계음을 담기 위해 실제 가동 중인 공장과 연구소라는 까다로운 장소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 ▲ 한국타이어 R&D센터 한국테크노돔 촬영 현장. ©SM C&C 제공
    ▲ 한국타이어 R&D센터 한국테크노돔 촬영 현장. ©SM C&C 제공
    우 CD는 "공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최고의 장면을 담기 위해 치밀하고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쳤다"며 "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 촬영을 진행했을 정도로 디테일한 계획을 세웠고, 안전 관리 담당자 가이드하에 안전하게 촬영을 마쳤다. 지금껏 광고를 해오면서 가장 많이 긴장되고 예민했던 촬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리얼리티 있는 영상을 담아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공장 촬영 때는 '리깅(rigging)' 기법을 활용해 기계에 고프로를 달아 타어이 제조 과정을 완전히 새로운 앵글로 담아냈다. 사람의 시점이 아닌, 기계의 시점으로 바라 본 타이어 제조 과정을 포착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기계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과감한 클로즈업과 빠른 편집, 흑백 컬러 보정을 믹스해 미래적인 이미지를 완성했다.

    이에 대해 우 CD는 "공정 과정에서 기계가 움직이는 모습을 건조하게 보여주면 자칫 공장 홍보영상처럼 비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익숙한 모습을 생경하게 보여주기 위해 '리깅을 통한 시점의 전환'을 시도했고 그 결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광고 사운드에도 특별한 디테일이 숨겨져 있다. 공정에서 발생하는 기계음이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리듬을 거슬리지 않는 소리로 가공하는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 작업을 거쳐 마침내 귀에 '착착' 감기는 한국타이어 iON 고유의 사운드가 탄생했다. 광고 시작 부분에 나오는 '드릉 드릉' 하는 사운드 샘플 테스트만 수백 번 했을 정도로 완성도와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과거 힙합 작곡가로도 활동했던 우동수 CD의 감각이 빛을 발한 영역이었다. 
  • ▲ 우동수 SM C&C CD. ©서성진 기자
    ▲ 우동수 SM C&C CD. ©서성진 기자
    그렇게 한땀 한땀 공 들여 완성된 '포뮬러 E(Formula E)' 스폰서십 브랜드 필름은 전 세계의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타이어 회사의 제품 광고임에도 상품의 특장점을 소구하는 흔한 내레이션도 없이, 자막은 광고 슬로건인 'Electricfied' 하나뿐이었지만 공개 3주 만에 글로벌 조회수가 2억3000만 회를 넘어섰다.

    영상을 본 해외 팬들은 "몇 년 만에 본 최고의 광고 트레일러다. 2025년 최신 기술의 결정체. 최고의 사운드, 최고의 편집. 단 2초 만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어렸을 때 한국타이어 브랜드 광고를 본 기억이 있는데 정말 명작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훌륭한 광고를 만들고 있다", "순간 영화 '트론 아레스' 광고인 줄 알았다", "타이어를 살 생각은 없었는데, 광고를 보고 난 후 갑자기 사고싶어졌다"와 같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존 타이어 광고의 문법을 깨고,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한 한국타이어의 크리에이티비티가 글로벌에서도 통한 셈이다. 국내 광고·마케팅 전문 유튜브 채널 왈도(WLDO)에서도 '몰아치는 편집감으로 iON의 하이테크함을 잘 전달한 광고'라는 호평을 내놔 주목 받았다. 
  • ▲ 우동수 SM C&C CD. ©서성진 기자
    ▲ 우동수 SM C&C CD. ©서성진 기자
    우동수 CD는 "광고비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투자 대비 큰 광고 효과를 얻고 싶어할수록 브랜드는 안전지향적이 되고 광고는 친절해진다. 그러다보면 결국 재미없는 광고가 나오기 십상이고 스킵하고 싶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이번 한국타이어 광고는 카피만 놓고 보면 너무 짧아서 불친절하게 느낄 수 있지만, 새로운 영상과 사운드를 통해 한국타이어의 하이테크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틀을 깬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크리에이티비티란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눈 앞에 놓인 문제를 크리에이티브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설루션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한국타이어 광고도 문제 해결의 측면에서 고민한 결과다. '한국타이어의 하이테크를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게 만들까?' 하는 과제를 '리얼리티'라는 설루션으로 풀어낸 것이다. 앞으로도 이처럼 브랜드의 문제를 해결하는 설루션을 찾는 사람으로서 광고를 계속 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한편 한국타이어의 iON '포뮬러 E' 스폰서십 캠페인은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브라질,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헝가리, 아랍에미리트 지역에서 집행되고 있으며 오는 7월까지 '포뮬러 E' 경기가 열리는 모나코와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독일, 영국에서도 집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