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금지, 자회사 캐피탈에 500억 '긴급수혈'캐피탈, 반복된 위기에 수천억원 지원받아캐피탈 PF부실로 몸살앓은 OK금융그룹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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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여의도의 메리츠증권 사옥. /연합뉴스
금융산업에서 리스크관리는 경영의 시작이자 끝이다. 레버리지를 통해 외형을 키우고 이익을 낼 수 있지만, 덩치에 집착하다가 위기 관리에 실패하면 태양을 향해 뛰어드는 밀납 인형처럼 한 순간에 타버리고 공중분해된다. 외환 위기 직전 종합금융사가 그랬고, 2012년 저축은행 사태가 그랬다.메리츠금융그룹이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홈플러스 사태라는 이중고에 처하면서 리스크 관리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그룹 성장의 모멘텁이 됐던 '연쇄출자' 구조가 리스크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10일 메리츠금융그룹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회사 메리츠캐피탈에 총 50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메리츠금융은 '메리츠금융 → 메리츠증권 → 메리츠캐피탈'로 이어지는 연쇄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문제는 이 구조의 ‘꼬리’에 해당하는 캐피탈이 반복적으로 위기에 처하면서 ‘몸통’인 금융지주 전체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메리츠캐피탈은 지난 수년간 반복적으로 위기에 빠지면서 그룹으로부터 수천억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메리츠캐피탈의 지난 1분기 기준 연체율은 5.6%에 달하며, 고정이하자산비율 역시 9.7%로 악화됐다. 지난해 말보다 각각 2.2%포인트, 6.4%포인트 높아졌다.물론 홈플러스 기업여신을 제외하면 메리츠캐피탈의 고정 이하 자산비율이 5.9%로 낮아지지만 업계 평균 4.9%보다 높은 수준이다.같은 기간 메리츠캐피탈의 영업수익과 순이익은 각각 2060억원과 271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5%, 15% 감소해 실적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등은 지난해 홈플러스에 3년만기 조건으로 합산 기준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 자금을 지원했는데, 최근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메리츠캐피탈까지 불똥이 튄 상태다.메리츠캐피탈이 위기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앞서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 시장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하락 등으로 메리츠캐피탈의 자산건전성이 빠르게 저하되자 메리츠증권은 지속적으로 재무적 지원에 나섰다.지난해 6월에도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출자했고 원금 기준 3000억원 이상의 부실대출자산 매입을 진행했다.다만 꼬리가 몸통을 흔들기엔 500억원은 규모가 작다는 지적도 있다.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이번 추가 출자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개시 등에 따른 최근의 메리츠캐피탈의 자산건전성 저하에 대응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출자금액 500억원은 메리츠증권의 3월 말 자기자본 규모를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메리츠증권의 신용도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메리츠금융은 전통적으로 담보를 기반으로 리스크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통합 메리츠' 출범 이후 유연한 자금이동과 대규모 재원 등을 기반으로 사세를 크게 확장하는 등 투자 규모나 공격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홈플러스, 롯데그룹 유동성 지원이 대표적 사례로 꼽히며 고려아연의 1조원 사모 회사채 발행에서도 메리츠금융이 인수했다.일각에서는 메리츠의 부실 패턴을 OK금융그룹과 비교하는 시각도 나온다.OK금융그룹은 과거 러시앤캐시를 모태로 대부업에 국한될 때는 '금융의 삼성전자'라 할 정도로 탄탄할 재무 구조를 갖췄다. 하지만 OK캐피탈을 통해 씨티파이낸셜을 인수한 이후 PF 대출에 공격적 영업에 나서면서 대규모 이익을 거뒀지만, 부실이 터지면서 OK저축은행까지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상황이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메리츠금융이 수직구조화를 통해 연쇄 출자를 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예를 들어 증권이 캐피탈 돈을 빌려서 쓰면, 금융과 금융이 서로 돈을 빌려주고 받는 건데 엄밀히 금산분리에 해당하진 않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연쇄출자 구조 해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