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평, 도심·험로 왕복 150km 이상 주행오프로드 DNA 탑재 … 강인하고 매력적인 외모물리 버튼·트렌스퍼 레버 … 아날로그 감성 물씬경사는 물론 울퉁불퉁 자갈길·물웅덩이도 '거뜬'"값지고 색다른 경험" … 8천만원대 가격 상쇄
  • ▲ 지난달 30일 경기도 가평에서 '지프 루비콘 데이'가 진행됐다. ⓒ김보배 기자
    ▲ 지난달 30일 경기도 가평에서 '지프 루비콘 데이'가 진행됐다. ⓒ김보배 기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의 운전석에 앉는 순간, 가슴이 뛴다. 이건 단순한 SUV가 아니다. 거친 산길, 울퉁불퉁한 자갈밭, 심지어 물웅덩이까지도 놀이터로 만드는 전설적인 오프로더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지프의 슬로건이 허언이 아님을, ‘랭글러 루비콘’은 첫발부터 증명한다.

    지난달 말 경기도 험로와 서울 도심을 오가며 랭글러 루비콘을 체험했다. 랭글러는 기자가 타본 차량 중에 가장 거대한 모델인데다 첫 오프로드 체험이어서 매우 긴장이 됐다. 일반 SUV에 비해 외관은 물론 성능도 거칠고 과격할 것이란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지만, ‘일단 타보자’는 마음으로 시승 행사에 참석했다.
  • ▲ 지난달 30일 지프가 오프로딩 시즌을 맞아 지프의  4x4 성능을 경험할 수 있는 미디어 시승회 '지프 루비콘 데이'를 개최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 지난달 30일 지프가 오프로딩 시즌을 맞아 지프의 4x4 성능을 경험할 수 있는 미디어 시승회 '지프 루비콘 데이'를 개최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시승 차량은 랭글러 중에서도 오프로드 성능에 특화된 ‘루비콘’ 트림의 화이트 컬러로, 강남 도심에서도 크게 튀지 않았다. 외관은 1986년 1세대 출시 이후 37년간 쌓아온 ‘오프로드 DNA’를 고스란이 담아 강인함이 돋보였다. 랭글러 루비콘의 전통적인 세븐-슬롯 그릴은 2017년 이후 6년 만인 지난해 부분변경으로 좀 더 슬림해졌다.

    이날 시승은 캠핑 가기 좋은 화창한 날씨, 서울 강남에서 경기 가평군 칼봉산 경반분교 캠핑장까지 왕복 150km가 넘는 코스를 달리는 일정이다. 문을 열고 높은 시트 포지션에 한 번 놀랐고, 사이드 스텝이 없어 당황했다. 오프로드 특화 차량 특성상 바위와 돌의 충격으로 손상이 있을 수 있어 사이드 스텝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손잡이를 잡고 점프하듯 올라야 하는 운전석은 마치 전투기를 조종하는 듯한 기분을 준다. 실내는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긴다. 물리 버튼과 투박한 트렌스퍼 레버는 요즘 차들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이 단순함이 오히려 신뢰감을 준다.
  • ▲ 랭글러 루비콘 실내 인테리어. ⓒ스텔란티스코리아
    ▲ 랭글러 루비콘 실내 인테리어. ⓒ스텔란티스코리아
    센터페시아에는 12.3인치 유커넥트 5 터치스크린이 자리 잡고 있다. 티맵 내비게이션, 무선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며, 두 개의 블루투스 장치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열선 스티어링 휠과 전동 시트는 도심 주행에서도 편안함을 보장한다.

    도심을 달려 가평의 오프로드 코스로 들어서자 랭글러 루비콘의 진가가 드러났다. 칼봉산 경반분교 캠핑장은 오프로드 노지캠핑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소문만큼이나 가파른 경사로와 자갈길이 펼쳐지는데 랭글러 루비콘을 탑승한 이상 나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셀렉-스피드 컨트롤 기능은 1~8km/h의 속도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주행을 지원했고,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HDC)는 브레이크 페달 없이도 부드럽게 경사를 내려오도록 도왔다. 트랜스퍼 레버를 4L(저속 4륜 구동)로 바꾸고 오프로드 플러스 모드를 활성화하자, 차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험로를 나아갔다.

    4L은 도심에서의 4WD(4륜 구동)보다 바퀴로 전달되는 구동력이 최대 4배 증가, 오프로드에서 더 큰 견인력 및 접지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77:1의 크롤비가 장애물에서 즉각 반응, 깊은 물웅덩이를 지날 때 높은 지상고와 공기 흡입구 위치 덕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돌파할 수 있었다.
  • ▲ 지난달 30일 '지프 루비콘 데이'에서 랭글러 루비콘 차량이 물웅덩이를 지나고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 지난달 30일 '지프 루비콘 데이'에서 랭글러 루비콘 차량이 물웅덩이를 지나고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전자식 디퍼렌셜 잠금장치(트루-락)와 전자식 스웨이바 분리장치는 그야말로 ‘치트키’였다. 스웨이바 분리장치는 좌·우 서스펜션을 분리, 불규칙한 노면에서 안정적인 트랙션을 확보한다. 트루-락은 좌·우 바퀴 회전수를 달리하는 장치로, 트랙션이 한 바퀴에만 생기더라도 그 힘으로 험로를 탈출할 수 있다. 그야말로 ‘어디든, 무엇이든’이 가능한 셈이다.

    아스팔트 위에선 랭글러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2.0리터 터보 엔진은 272마력, 최대 40.8kg·m의 토크를 뿜어내며, 8단 자동 변속기와 조화를 이룬다. 무거운 프레임 보디와 높은 지상고에도 불구하고, 터보랙(터보 엔진의 지연 현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이날 총 주행 연비는 7.0km/L로, 다소 아쉬움이 들었다.

    랭글러 루비콘의 시승 소감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타보기 전엔 온전한 매력을 알 수 없다’는 것. 막연한 두려움을 날린 계기가 됨은 물론이거니와 기회가 된다면 또 타고 싶게 만드는 매력에 빠졌다. 가격은 8340만원(4도어 하드탑)으로 결코 가볍지 않지만, 이 차가 선사하는 경험은 그 값을 충분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