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패러다임 대전환하나 … 은행권 "위험관리 체계 없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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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가 기업의 미래 성장성에 기반한 무담보 기업대출 제도를 본격 추진할 조짐을 보이자 금융권 전반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등 유형자산 중심의 전통적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사업성과 잠재력을 중심으로 대출하는 ‘무담보 평가’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은행권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과 당국 일각에서는 ‘동산담보·일괄담보’ 확대를 넘어 미래 성장성 평가 기반의 여신 확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공약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로드맵이나 공약 문서는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들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평가 경험 부족, 기술적 인프라 미비, 전문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당장 실행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들은 아직 미래 성장성을 평가해 대출하는 경험과 기술이 없다”면서 “AI(인공지능)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이나 기업 분석 전문 인력 없이 이를 추진하면 부실 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담보 없이 대출을 하려면 정부의 명확한 리스크 기준, 보증 체계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은행권은 회수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 담보 대출에 대부분 의존해 왔다. 반면 미국의 중소기업 대출의 약 45%는 기술력, 브랜드 가치, 매출 전망 등 무형자산을 반영하는 ‘기업가치 기반 대출’로 운영 중이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금융시장은 아직도 회수가 쉬운 담보 중심 체계에 머물러 있다”면서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기관과 연계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포트폴리오 기반 보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민간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은행권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조 단위의 정책 금융 사업에 다수 참여하고 있지만 수익성 없이 공공성만 강조되는 기조가 지속될 경우 영업 전략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은행 임원은 “이제는 은행도 수익성보다 공공성을 요구받는 시대”라면서 “하반기에는 영업 강화와 함께 정부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까지 무담보 대출 활성화에 대한 구체적 입법이나 제도 개편 작업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정책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금융권과 학계 모두 제도 설계를 둘러싼 본격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