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 … 1%대 약세6월 들어 8% 급등 … 신정부 정책 기대감 반영증권가 “올 하반기 리스크 선호도 회복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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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행정부 ‘허니문 랠리’에 힘입어 3000대 돌파를 눈앞에 두던 코스피가 숨 고르기 장세에 돌입했다. 최근 단기간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된 데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의 관세 재압박이 지수를 짓눌렀다. 특히 기업들의 불황 속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다보니 과열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25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2920.03)보다 33.7포인트(-1.15%) 내린 2886.33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54포인트(0.36%) 오른 2930.57로 출발했지만, 이후 약세로 전환하며 2900대를 내줬다.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4474억원을 순매수 중이지만, 외국인은 207억원을, 기관은 4354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4억222만주, 6조9345억원을 기록 중이다.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일(789.45)보다 19.8포인트(-2.51%) 하락한 769.65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이 1804억원어치를 사들이고 있는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17억원, 402억원어치를 팔아치우고 있다. 거래량은 5억1120만주, 거래대금은 3조5736억원이다.앞서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했으며 이 기간 2697.67에서 2920.03으로 8.24%나 급등했다. 코스닥 지수도 734.35에서 789.45로 7.50% 올랐다.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정책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모습이다.앞서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후보 시절 “국민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공정·투명한 시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며 지난 11일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국민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의 자본 조달도 쉬울 것이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될 것”이라면서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를 재차 밝혔다.특히 지수 상승을 견인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로 이달 국내 증시에서 5조323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4조5480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들도 267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자본시장 선진화와 내수 부양 정책 기대감이 급격히 높아졌다”며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게 외국인의 수급 개선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같은 기간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은 녹십자홀딩스2우로 154.07% 폭등했다.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이재명 대통령의 상법 개정 추진이 지주사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영향이다. 2위와 3위에는 에드바이오텍(142.08%)과 내츄럴엔도텍(135.55%)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거래소가 산출하는 KRX 산업지수 중에서는 보험(14.54%)·건설(14.21%)·증권(14.19%)이 나란히 1~3위를 기록했다. 금융주들은 국내 증시 대표적인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신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며 각종 규제 완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건설의 경우 내수 경기 진작에 따른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최근 원전 사업 수주 확대로 주가가 상승했다.이에 국내 주식거래 계좌 수와 투자자 예탁금도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9059만622개로 집계됐다. 지난 5월 12일(9000만9459개) 처음으로 9000만개를 돌파한 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는 10만원 이상의 금액이 들어 있으면서 최근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된 계좌를 뜻한다.투자자 예탁금은 61조9822억원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 예탁금이 6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 둔 잔금의 총합으로 통상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 늘고 증시가 부진하면 줄어든다.다만, 지표상 아직까지 과도한 과열 국면은 아니라는 평가다. 연율화한 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인 회전율은 지난 9일 기준 2.6배로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20~2021년(약 3배)과 이차전지 랠리의 고점이던 2023년 7월(4.6배)을 밑돌았다.또한 신용대출을 통한 ‘빚투(빚내서 투자)’도 11일 기준 18조7242억원으로 지난해 6월 24일 기록한 고점 20조2477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한화투자증권 김수연 연구원은 “시장의 과열을 판단할 때 거래대금 회전율, 예탁금, 신용 등을 고려한다”며 “현재 코스피의 회전율은 2.6배 수준으로 과열이라고 평가되는 3배에 미치지 못하며 예탁금은 3년 만에 60조원을 회복한 반면 신용잔고는 전 고점에 미치지 않아 시장에 돈은 많고 레버리지는 아직 쌓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이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코스피지수 등락 범위를 기존 2400~2900에서 2600~3150으로 상향했다. 그는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을 고려하면 올해 상장사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직전 전망치보다 0.45%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며 “자사주를 소각하고 배당 성향을 높이는 기업이 늘어나 자기자본 감소에 따른 ROE 개선 폭도 0.1%포인트가량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기업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반영했다”고 밝혔다.KB증권은 내년 상반기 코스피가 324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한국 증시가 달러 약세와 내수 부양책, 자본시장 개혁 추진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높은 방어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특히 올해 겨울이 되면 관세 전쟁은 합의 국면에 들어서 주춤했던 투자가 다시 활기를 띠고 리스크 선호도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한계치까지 올라 상승세도 꺾일 것이라고 봤다. 코스피 밴드를 2500~2850선으로 제시한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수출 하강에 따라 기업 이익이 둔화하는데 지배구조 개선, 내수 부양으로 지수 밸류에이션은 상승한다는 아이러니”라며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신정부 정책 기대감과 원화 강세 가능성으로 1개월간 증시가 빠르게 랠리한 만큼 지수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