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정밀도 경쟁 본격화세브란스·서울대 이어 서울아산 중입자 삼각구도 형성빅6 역할 확대, 양성자 승부수 띄운 고대의료원
  • ▲ 좌측부터 서울아산병원, 고대안암병원 전경.
    ▲ 좌측부터 서울아산병원, 고대안암병원 전경.
    국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중앙주차장 부지를 국내 최대 중입자 치료시설로 전환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하며 중입자 치료 경쟁에 가세한 가운데 고려대의료원은 '양성자 치료기' 도입을 선언했다. 암 치료 주도권을 둘러싼 대형병원들의 정밀의료 장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 서울아산, 주차장에 '중입자 치료센터' … 2031년 가동 목표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송파구로부터 P동(주차동) 증축 사업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 인가를 받았다. 이는 중앙주차장을 중입자 치료센터로 전환하기 위한 선제 조치다. 

    기존 주차 공간 일부를 병원 동쪽 P동으로 재배치하고, 해당 부지에 연면적 4만880㎡(약 1만2388평) 규모의 전용 건물을 신축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일본 도시바ESS-DK메디칼솔루션 컨소시엄과 중입자 치료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회전형 치료기 2대와 고정형 치료기 1대를 배치해 2031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입자 치료기는 탄소 이온 등 무거운 입자를 암세포에 쏘아 정밀하게 파괴하는 최첨단 방사선 치료 장비로, 기존 방사선보다 높은 생물학적 효과를 지닌다. 특히 간암·췌장암·신장암 등 기존 치료 저항성이 큰 난치성 암에 강점을 지니며, 소아 종양에도 적용 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중입자 치료기 도입은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할 뿐 아니라 국내 암 치료 수준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풍납동 본원 설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다수의 지자체 요청에 의해 제3 부지 신설 가능성도 타진했으나 주차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입지를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암환자의 접근성과 임상 협력, 연계 연구 등을 고려할 때 본원 설치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분석에서다. 

    서울아산병원의 이번 행보는 세브란스병원이 2023년 국내 최초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 데 이어, 서울대병원이 부산 기장에 건립 중인 중입자 치료센터(2027년 가동 예정)와 함께 '중입자 삼각구도'를 형성한다.
     
    병원 관계자는 "세브란스와 서울대병원과 비교해 도입 속도가 늦지만 가장 고도화된 장비와 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려대의료원, 양성자 치료기로 차별화 … "중입자는 포화 상태"

    고려대의료원은 중입자 대신 '양성자'를 택했다. 빅5에서 빅6병원 구도로의 확장을 위해 차별화된 정밀입자 치료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윤을식 고대 의무부총장은 "중입자 치료기는 이미 3곳이 뛰어든 만큼 우리는 양성자 치료기로 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양성자 치료는 중입자보다 비용은 낮고, 특정 암종에는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어 선택적 장비 전략으로 평가된다.

    양성자 치료 역시 고정밀 방사선 치료 기술로,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 조직에만 에너지를 집중하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두경부암, 안구종양, 소아종양 등 민감 부위 치료에서 강점을 보인다.

    현재 국내 양성자 치료는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만이 운용 중이며, 고려대의료원은 안암·구로·안산병원 중 한 곳을 설치 부지로 정해 5년 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입 예상 비용은 약 1500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