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7개월 만에 美 주식 '팔자' 전환코스피서 외국인·개인은 순매수 확대각종 변수에도 산업 다양화로 하락 방어선 구축
  • ▲ 코스피가 3000선에 다가선 17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코스피가 3000선에 다가선 17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장'(한국 증시)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갖은 악재와 변동성에도 상승세를 견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와 같은 특정 종목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국내 증시 주도 업종이 다양해지면서 시장 체력이 개선돼 투자 매력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미국으로 떠난 '서학개미'들의 발걸음이 다시 국내로 향하게 될지 주목된다. 

    ◇불안한 서학개미, 불장 코스피 주목

    1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약 7개월간 미국 주식 매수 우위 흐름을 이어갔던 서학개미들은 지난달부터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지난달에만 미국 주식을 13억1085만 달러(약 1조8000억원)어치 순매도 했다. 이달에는 4억4786만달러(약 6181억원) 순매도 중이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 시장을 떠나고 있는 이유는 환율(달러 약세)과 미국의 배당소득 과세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500원대를 넘보던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보이며 1300원대 후반까지 내려왔다. 환율이 하락할 경우 주가가 오르더라도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로 투자했던 수익을 원화로 바꿀 경우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배당소득에 대한 추가과세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증시 투자 매력을 잃게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One Big Beautiful Bill)이라는 국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이 개정안은 상원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외국정부나 기업이 미국 기업이나 개인에게 차별적인 세금을 부과하면 이에 대응해 징벌적 세율을 최대 20% 포인트까지 인상할 수 있는 보복 조치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은 차별 국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 적용된다면 국내 투자자는 미국 증시에서 얻은 배당수익에 최대 35%까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 배당소득세율은 15%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격화하고 있는 점도 투자 매력을 잃게 하는 요인이다.

    반면 국내 증시는 연일 뜨겁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지난달보다 45% 이상 증가해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도 심상치 않다.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전날까지 이틀을 제외하고는 '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매수세는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순매수하며 코스피 지수 상승을 견인했고 이날 역시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3년 반 전과 다르다"

    국내 증시는 개인과 외국인,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3년 반 만에 코스피 지수 300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장중 한때 2998.62까지 오르며 코스피 지수 3000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지난 2022년 1월 3일(3010.7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이자 한국 주식 시장의 핵심이었던 삼성전자는 여전히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위상은 예전과 다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약 90조원이 감소했고, 3년 반 전 기준으로는 125조원 이상이 줄어들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쳐지고 실적 역시 부진했던 탓이다.

    시총 1위의 휘청임에도 코스피 지수가 버틴 건 시총 순위 내 종목 다변화 덕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기업이 코스피 시장을 주도했지만 바이오와 금융 등 산업 비중이 분산되면서 이들 산업의 부진에도 하방 압력을 견뎌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지수 상승은 SK하이닉스와 금융, 방산주 등이 주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년 반 전엔 시총 상위 50위권에도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는 시총 5위로 올라섰다.

    HD현대중공업도 같은 기간 주가가 4배 가량 급등해 시총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 에너빌리티는 올해 초 시총 30위권 밖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날 기준 26계단 상승한 11위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원전 산업에 대한 기대가 확산하면서 외국인 수급이 몰리면서다.

    금융업종도 이재명 정부가 증시 부양에 대한 의지를 보임에 따라 상위권에 진입하고 있다. KB금융은 시총 10위권 안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하나금융지주도 25위에서 22위로 3계단 뛰어올랐다.

    네이버도 시총 10위권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최근 20만원선에서 횡보하던 네이버가 하루만에 18% 급증한 데 이어 이날에도 5%대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역시 한때 40만원을 상회하며 국민주로 통했지만 지난해 8월에는 장중 15만 1100원까지 하락했다. 

    증권업계는 코스피의 체질 개선으로 대내외적 상황으로 변동성을 겪기 보다는 산업 모멘텀만으로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미국, 중국 증시에 대한 민감도는 역사적인 저점 수준에 도달했으며, 미국 물가 충격이나 중국 실물지표 충격이 나타나더라도 코스피 하방은 제한될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산업 이익 모멘텀 확대 기대감을 수반하는 경우 큰 폭의 반등세를 시현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기업의 실적 우려가 완화될 경우 점진적으로 상승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