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이달 12일 향년 67세 나이로 별세1993년 청호그룹 창립. 리더십으로 성장 이끌어정 회장, 주요 계열사 대부분 지분 보유아들 경영승계보다 전문경영인 체제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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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휘동 청호그룹 회장 생전 모습. ⓒ청호그룹
고(故) 정휘동 청호그룹 회장이 최근 향년 6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정 회장이 청호그룹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만큼, 향후 경영승계나 상속세 부담 등이 당면한 과제로 떠올랐다.20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12일 별세했으며,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 1993년 청호그룹을 창립해 30여년간 특유의 리더십으로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왔다.정 회장의 유가족으로는 부인 이경은씨와 아들 정상훈씨가 있다. 청호그룹에서 정 회장이 ‘알파이자 오메가’와 같은 존재였고 특수한 지배구조 체제라는 점에서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일반적인 그룹의 경우 ‘지주사-계열사’ 체제라면 청호그룹은 별도의 지주사 없이 ▲청호나이스 ▲마이크로필터 ▲엠씨엠(MCM) ▲동그라미대부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정 회장이 대부분 갖고 있는 독특한 형태다.구체적으로 정 회장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청호나이스 75.1% ▲마이크로필터 80.0%(부인 이경은씨 20.0%) ▲엠시엠 100.0% ▲동그라미대부 99.7%다.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청호그룹은 일단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는 방향이 유력하다. 우선 정 회장이 아들에게 주요 계열사 지분을 증여하거나 경영수업을 시키는 등의 승계 관련 시그널이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정 회장의 동생인 정휘철 부회장이 등판할 가능성도 낮게 점쳐진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마이크로필터 대표에서 물러났으며, 청호나이스 지분도 8.18%만 갖고 있다.정 부회장은 지난 2022년 11월 오정원 대표 사임 이후 청호나이스 대표를 맡았지만 이듬해 3월 물러났다.아울러 청호나이스는 올해 4월 지기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지 대표는 청호나이스에서 20여년 근무하면서 그룹 사안에 이해도가 높으며, 일각에서는 이를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변화로 봤다. -
- ▲ ⓒ청호나이스 홈페이지 캡쳐
오히려 정 회장의 부인이나 아들이 갑작스럽게 경영 전면에 나설 경우 그룹 내 혼란이 커질 수도 있다. 특히 아들은 청호그룹에 적(籍)을 두지 않은 상태다.이에 대해 청호그룹 측은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회장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 전략 수립이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정 회장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지역별 맞춤형 전략,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차별화된 제품과 로열티 서비스로 더욱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게다가 상속세 문제도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청호나이스 등 청호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비상장사라는 점에서 기업가치를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다만 청호나이스의 경우 지난 2022년 미국 정수기 업체 컬리건(Culligan)이 청호나이스 지분 인수 및 투자 협상을 시도했을 당시 자문사였던 김앤장은 지분 100% 기준 약 8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지난 2018년 청호나이스 매각설이 돌았을 당시에도 1조원 내외의 금액이 거론되기도 했다.정 회장의 부인, 아들이 정 회장의 청호나이스 지분 75.1% 등 계열사들의 지분을 상속하게 될 경우 상속세 납부 규모는 최소 수백억원 규모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현실적으로 현금으로 한 번에 완납하기는 불가능한 규모라는 점에서 ▲5년 동안 연부연납 ▲지분 일부 매각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 ▲배당 등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측된다.재계 관계자는 “이 케이스를 보면 상속세 최고 세율이 적용될 것”이라면서 “상속세 규모도 중요하지만 만약 지분을 매각한다면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한편, 청호나이스 측은 “경영승계, 상속에 대한 사안은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