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예비판정 또 연기 … 올 들어 5번째최종판결 4개월 후 …효력 발효일 올해 넘길수도일각선 "승소 장담 어렵다" … '수입 금지' 관건길어진 소송에 북미 고객사 이탈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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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둘러싼 소송이 장기화할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ITC 조사국이 BOE의 영업비밀침해를 상당수 인정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에게 유리한 판결이 날 것이라 봤지만, 예비판정이 거듭 지연되면서 일각선 승소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23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상대로 진행한 영업비밀침해 조사의 1차 예비판결 공개일을 다음 달 2일로 미뤘다. ITC가 해당 소송의 예비판결 공개 날짜를 미룬 것은 올해 들어 5번째다.당초 올해 1월 말 예비판결이 나올 예정이었지만 이후 3월, 5월, 5월 말, 6월로 예비판결의 날짜가 계속 미뤄졌다. 그 결과 최종판결 발표 목표일도 9월 30일로 연기됐다. 예비판결 후 4개월 후 최종판결이 내려지고, 뒤에 대통령 거부권 검토 60일을 포함하는 경우 소송 결과의 실제 효력 발효일은 11월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예비판결 날짜가 또다시 조정되는 경우 소송 결과에 대한 효력 발효 시점은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10월 ITC에 BOE와 자회사 등 8개사를 영업비밀침해로 제소한 바 있다. BOE가 자신들의 협력사를 통해 OLED 모듈과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게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장이다.소송의 예비판결이 연기되는 이유와 관련해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영업비밀침해 등 복잡한 쟁점을 다루는 ITC 소송의 경우 예비결정이 수차례 연기되는 일이 잦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최근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양사 합의에 따라 소송 피응답자 BOE의 자회사 BMOT의 회사명을 Yunnan Invensight Optoelectronics Technology Co., Ltd로 변경했으며, 병행 중인 다른 조사 일정을 고려해 기한을 연장한 것으로 파악된다.당초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말 ITC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BOE가 영업비밀 16건 가운데 15건을 침해했다며 수입금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보고서를 행정판사에게 제출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예비판결이 거듭 지연되면서 일각에서는 승소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ITC 내부에 이견이 있거나 BOE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예비결정 판결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IP 업계 관계자는 “예비판정이 자꾸 연기되는 건 내부 검토가 복잡하다는 뜻이고, 삼성디스플레이의 승소가 반드시 보장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특히 삼성디스플레이가 요구 중인 미국 내 수입 및 판매 금지나 배제 명령의 경우 미국 내 산업이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판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 인정되더라도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내에서 해당 기술을 활용해 생산, 연구, 고용, 투자 등을 ‘의미 있게(significant)’ 행하지 않았다면 수입 금지는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실제 ITC는 지난 3월 19일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BOE 등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특허 침해는 일부 인정했지만, 관련 제품을 미국 시장에서 배제해 달라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내 해당 특허와 관련 제조 기반, R&D 등 기업 활동을 입증하지 못한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ITC의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북미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실제 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BOE는 여전히 자사의 OLED 패널을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ITC 제소는 단순 기술 보호뿐만이 아니라 미국 수입 금지 조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BOE의 북미 시장 진입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돼왔다.북미 시장은 전 세계 OLED 수요의 약 30%를 차지하는 전략지역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등 주요 고객사를 통해 북미 시장의 프리미엄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BOE 또한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모토로라, 구글 등 북미향 고객사에 스마트폰향 OLED 패널을 공급하면서 입지를 확대해 가고있다.업계 관계자는 “BOE가 이번 제소로 도덕적 타격을 입을 수 있겠지만, 실제 수출이 막히지 않는 한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ITC 결과가 실제 수출금지 명령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중장기적으로 북미시장 고객사 이탈 등 여파로 번질 수도 있을 것”이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