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반도체 1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자국 내 600억달러 투자 나서자국 기업 육성 목소리 높인 트럼프 탓에 투자 규모 대폭 확대칩스법에 부정적인 트럼프, 美 기업들에 보조금 우선순위 줄 가능성도테일러 투자 보조금 4.7억달러 확보한 삼성, 최종 수령 까지 변수 산적가동시점 밀리는 중요 이유 중 하나로 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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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삼성전자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에 열을 올리면서 미국에 투자해 칩스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을 받아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업계에선 실제 보조금 집행이 이뤄지는 시점에는 미국기업들에게 우선권을 줄 가능성을 예상하는 동시에 외국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데 부정적 의견을 여러차례 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번 계약을 뒤집을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24일 외신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 1위인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이하 TI)는 미국 내 제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600억 달러(약 82조 원) 이상을 투자해 텍사스와 유타 지역에 총 7개의 팹(Fab)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이는 지난 2023년 TI가 유타주에 팹 2기를 추가 신설하며 약 110억 달러(약 15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데 더해 2년 만에 규모를 대폭 키워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TI가 이처럼 자국 내 신공장 투자 계획을 처음 밝힌 것은 전 정부인 바이든 정부 때다. 지난 2021년 바이든 정부가 미국을 반도체 생산의 중심 기지로 꾸리겠다고 선언하고 자국 기업들은 물론이고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생산공장을 유치하고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신설해 대규모 보조금 지원도 시작했다.TI는 당시에만 해도 미국 내 4개 팹을 신설하는데 최대 300억 달러(약 41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올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는 반도체 자립을 위해서 자국 기업들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TI 같은 자국 기업들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투자 규모를 대폭 더 키웠다는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동시에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잡은 미국이 국내에 투자하는 자국 기업들에게 AI 수요를 몰아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거대한 AI 파도에 탑승하려는 다양한 분야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TI 또한 엔비디아처럼 직접적으로 AI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AI와는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AI 시스템이 구동되기 위해선 TI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아날로그, 전력, 센서 칩 등이 기존 반도체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해 호재가 될 수 있다.아직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집행이 이뤄지기 전이지만 반도체업계에선 이처럼 트럼프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 향후 보조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도 자국 기업을 우선하는 구조를 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지난해 4~5월 보조금 및 세제 혜택 등에 대한 예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연말께는 이와 관련한 최종 계약이 성사됐지만 보조금 수령 시점에 가서 트럼프 행정부가 또 한번 말을 바꿀 확률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과 테일러 지역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건설하면서 440억 달러(약 60조 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와 맺은 보조금 계약 규모가 직접 보조금만 4억 7450만 달러(약 6500억 원), 투자금에 대한 세액공제 25%를 받아 약 60~80억 달러를 추가적으로 지원받는 구조다.삼성이 테일러 지역에 신설하는 파운드리 2공장은 현재 인프라 공사가 한창이지만 기존 예상 대비 가동 시점이 뒤로 밀렸다. 공장 건설 단계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공사를 시작했을 당시에 비해 파운드리업황이 저조해지고 고객사 확보 등에 난항을 겪으면서 가동 시점을 지난해에서 내년으로 연기했다. 한동안 공사 진행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최근 이를 재개하면서 내년 가동 목표를 이루는데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신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이후 마일스톤(Milestone)에 따라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순차적으로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미국 정부와의 협상은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일스톤 달성 기준 자체를 평가하는 쪽이 미국 당국이 될 수 밖에 없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당국의 결정에 따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이 같은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가 자국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보조금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절차적 편의를 제공할 가능성도 높다고 업계에선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투자한 기업들은 공장 생산라인을 가동하자마자부터 막대한 비용이 나가고 감가상각이 시작된다"면서 "삼성이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을 뒤로 미룬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고 설명했다.이어 "공장 가동이 시작된 이후 보조금 수령도 가능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당국이 얼만큼 외국 기업들의 사정을 봐줄지는 미지수"라며 "자국 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시간을 끌고 후순위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삼성전자도 이런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에 더 강력한 규제를 가할 것이라 예고하는 등 반도체 산업을 볼모로 한 행정 규제들이 이어지는 분위기라 테일러 공장 가동 전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