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 채용 위축, 중소병원으로 밀려나는 구조간호협회 "간호사 대 환자 수 법제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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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이 지난 21일 시행됐지만 간호사 근무 여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신규 간호사 수 대비 경력 간호사들의 이탈이 심각한 수준으로 경력 단절 문제가 의료현장의 고질적 병목으로 부각되고 있다.대한간호협회가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는 25만4566명에서 28만3603명으로 2만9037명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간호사 면허 취득자는 7만686명으로 집계됐다.그러나 이 중 실제 병원에 근무하는 신규 간호사는 약 41%에 불과했다. 즉 신규 간호사 배출 수 대비 약 60%에 해당하는 규모의 경력 간호사들이 임상 현장을 떠나면서 사실상 '경력 단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이에 따라 현재 현장을 떠난 경력 단절 간호사 수는 2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특히 지난해 전공의 집단 이탈과 병원 경영난이 맞물리며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채용 여력은 크게 위축됐다.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수 증가율은 2024년 5.19%(3604명)에서 2025년 1.92%(1405명)로 급감해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이는 경영난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줄인 데 따른 결과로, 기존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은 가중되고 이직과 휴직이 잇따르고 있다.결국 상급병원의 채용 축소는 신규 간호사들을 중소병원으로 밀어넣고 있다. 종합병원의 간호사 수는 2025년 7.57%(7156명) 증가해 전년도 증가율(4.4%)의 1.7배를 기록했고, 병원급 의료기관도 2025년 9.3%(3853명)로 채용이 확대됐다.그러나 중소병원은 인력 부족, 낮은 임금, 열악한 시설 등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이직률이 높고, 이는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간호협회 관계자는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간호사 대 환자 수 법제화가 시급하다"며 "이를 통해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실제 간호계 내부에서는 간호법 시행과 맞물려 간호관리료 차등제 개편이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법정 인력 기준을 마련하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지역 간 간호인력 증가율 격차도 드러났다. 경기도가 6.14% 증가로 최대폭을 기록했고, 경북(9.8%), 충북(7.61%), 인천(7.69%), 제주(7.27%)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세종(-0.46%), 강원(2.93%), 전남(4.02%), 서울(4.54%), 부산(4.54%) 등은 전국 평균(5.60%)을 밑돌아 지역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전문가들은 신규 간호사가 안정적으로 현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한 대학 간호학과 교수는 "의료공백 이후 간호사의 책임은 커졌지만 권한과 보상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제는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정책은 한계가 있으며, 간호사가 만족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