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에 소비 여가 증가 기대 … 매출 반등 노려영업은 그대로 … 인력난·운영비 부담에 속앓이"자동화 대체 불가피 … 여가 늘어도 소비는 경제 여건에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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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 ⓒ뉴데일리DB
대한민국 노동 체계가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주 4.5일제’, 즉 주 48시간 근무제는 단순한 근로시간 단축을 넘어 일과 삶의 균형, 생산성 재편과 고용 구조 변화 등 전방위적 영향을 예고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5년, 다시 한번 ‘노동의 기준’에 대한 이견이 커지면서 유통업계 역시 직간접적인 여파 앞에 서게 됐다. 이에 뉴데일리는 유통 전반의 목소리와 반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주 4.5일제가 본격 논의되면서 유통업계의 셈법도 분주해지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근로시간 단축은 쇼핑·여가 소비를 자극할 수 있는 호재인 반면 점포 운영 구조를 흔드는 리스크도 적지 않아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주 4.5일제 도입 기업에 대한 확실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주 4일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주 5일 근무제를 주 4.5일로 단축해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이하로 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도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주 4.5일제 도입 계획을 포함한 업무보고를 하며 정책 추진이 구체화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번 논의가 중장기적으로는 소비 시간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와 포르투갈, 영국 등에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시범 운영 결과 외식·쇼핑·문화·여행 등 체류형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기업 대상 분석에선 매출이 평균 1.4% 늘었고 포르투갈에선 참여 기업의 93%가 제도 지속을 희망했다는 조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 4.5일제 도입으로 휴식 시간이 늘어나면 그동안 연차를 쓰지 못했던 직장인도 더 쉴 수 있어 쇼핑몰 방문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 ▲ 키오스크 ⓒGS25
하지만 제도 도입 시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형마트만 보더라도 주말에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평일에는 교대조와 파트타임으로 운영해왔지만 총 근무시간 단축으로 주말·저녁 근무에 차질이 우려된다.
영업시간은 그대로인데 인력의 총근무시간이 줄어들면 결국 교대조를 더 짜야 하고 그만큼 인건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정직원이다. 주 5일제 하에서도 휴일 근무 시 당직을 짜고 수당을 지급하는 등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며 "주 4.5일제로 변경되면 그에 맞게 근무 체계를 조정하겠지만 정책 방향이 나온 뒤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 4.5일제가 당장 매출 호재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관련 정책들이 함께 마련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4.5일제를 시행하면서 대규모유통업법 등으로 마트가 문을 닫아야 한다면 효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도 봤다.
전문가들은 주 4.5일제로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자동화 시스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4.5일제가 시행된다면 직원을 더 뽑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자동화로 대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소비자들도 이미 자동화에 익숙해져 있고 무인 계산대나 키오스크 등 도입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고 봤다.
그러면서도 "여가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소비가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현재 저성장 국면이라 시간이 많아도 소비가 늘어나지 않고 소비가 늘어나려면 국민소득이 올라가는 등 경제 상황이 함께 좋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