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기재부 분리안 유력 검토 금융위 '국내금융정책'도 재경부로 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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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재정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정부 조직개편의 핵심 과제로 꼽혀온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현재 국정기획위원회 내 '정부조직 개편 태스크포스(TF)'는 조직 개편과 관련된 주요 쟁점들을 상당 부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이 개편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다음 주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정부조직개편 TF가 주요 쟁점 사항들을 어느 정도 정리했고 그 안을 토대로 대통령실과 협의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은 기재부의 예산 기능 분리다. 예산을 전담할 기획예산처를 신설하고 기존 기재부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획예산처는 노무현 정부 당시처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편성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금융위원회가 담당하는 국내 금융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에 이관하고 금융감독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또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제외한 감독·인허가기능은 금감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앞서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기재부 개편과 관련해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금융위원회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금융정책에서 해외 부문은 기재부가 하고 국내 정책은 금융위가 하는데 금융위는 감독·정책 업무도 하고 뒤섞여 있다"며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바 있다.이 같은 조직개편이 이뤄질 경우 이명박 정부가 현행 기재부 체제를 출범시킨 이후 17년 만의 분리가 된다. 지난 17년간 유지돼 온 금융감독체계가 전면 개편되는 것이기도 하다.기재부는 정권 교체 때마다 통합과 분리가 반복돼 왔다. 기재부의 최전신인 경제기획원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1년 설립 이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주도하는 등 경제개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이후 1994년 김영삼 정부 당시 재정과 예산 연계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재정경제원으로 통합했다.1998년 김대중 정부시절에는 재정경제원이 다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뉘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재통합 개편하면서 현 기재부 형태가 갖춰졌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권한 집중을 이유로 기재부 분리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최종 정부조직개편안에서는 빠졌다.현행 금융위와 금감원 체제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금융감독위원회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분리하고 재정경재부의 금융정책국과 금융정보분석 기능을 금융위로 넘겼다. 금융정책과 감독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감독 기능과 정책 기능을 나누는 등의 개편 논의가 이어졌지만 큰 변화없이 17년간 유지돼 왔다.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기재부 개편방안을 둘러싸고 경제 장치 마련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설되는 기획예산처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 역시 또다른 권력 집중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며 "국회와 행정부,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함께 설치하는 등 견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조직개편에는 상당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기재부를 개편할 경우 향후 5년간 476억5300만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는 국회예산정책처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 비용추계를 작성한 결과치다.재정 투입 시기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로 매년 평균 95억3100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추산이다. 이 중 79.72%에 해당하는 379억8900만원은 인건비다. 이는 기획예산처 신설에 따라 장·차관과 비서실, 기획·인사·감사·계약 등 행정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인력 증원이 필요해져서다. 기본경비는 92억3100만원, PC·사무집기 등 자산취득비는 4억3300만원으로 추산됐다.한국 경제가 현 저성장 터널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에서 기재부의 총괄기능 약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는 산업·경제 전환기로 신산업 육성, 인재 양성 등을 총괄해서 기획하는 기재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며 "기재부 장관이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대통령이 권한을 충분히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