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명품 역성장, 올해도 최대 5% 추가 하락 전망베인앤드컴퍼니 "변화하는 문화적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태도가 명품 브랜드 압박"명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화적 환멸', 소비와 관심 모두 줄여"목적 의식에 기반을 둔 성장 요구 돼… 브랜드의 존재 이유와 핵심 가치 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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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 매장 전경. ©뉴데일리DB
명품 매장 전경. ©뉴데일리DB콧대 높던 명품 브랜드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에 따르면 지난해 퍼스널 럭셔리(personal luxury goods) 시장은 1% 역성장했으며, 올해도 최대 5%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의 문제는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중심에 '명품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진 세대', 바로 신인류로 불리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가 있다는 점이다.이들은 더 이상 명품 로고만으로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는다. 소유보다 가치를 좇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기존 명품 브랜드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명품 브랜드는 Z세대와의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야한다는 중대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4일 베인앤드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 제조협회 알타감마(Altagamm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불확실성과 전 세계적인 불안정, 거기에 변화하는 문화적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태도가 명품 부문에 부담을 주면서 브랜드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해 1%의 역성장을 기록한 퍼스널 럭셔리 부문은,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이 1~3% 가량 감소한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 한 해 동안 2%에서 최대 5%까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명품 시장이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제외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팬데믹 기간 당시 여행 대신 보복 소비가 이어지면서 명품 브랜드는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지만, 2023년 고점을 찍은 뒤 성장률이 급속히 둔화하고 있다.명품 시장은 항상 외부 시장 요인과 경제적 불확실성에 민감했지만, 최근의 변화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올해 1분기 퍼스널 럭셔리 부문 소비가 둔화되고 고급 와인 및 주류 수요 또한 정체된 반면, 고급 숙박과 관련한 지출은 견조하게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들이 '물건'보다는 '경험'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려는 욕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2022년 이후 모든 연령대에서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인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참여도) 또한 감소했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브랜드의 40% 이상에서 브랜드와 관련된 검색량이 감소했으며, 소셜 미디어 팔로워 증가율은 90% 하락, 참여율은 4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
- ▲ 명품 매장 전경. ©뉴데일리DB
베인앤드컴퍼니는 명품 시장 둔화의 원인을 '가격 피로감(price fatigue, 지속적인 가격 인상과 고가 정책)'과 '정체된 크리에이티비티(stagnant creativity, 신선함이 없는 브랜드 크리에이티비티)'로 봤다.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들이 고수해 온 '고가 정책'과 '클래식함'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소비자들은 일종의 '문화적 환멸(cultural disillusionment)'을 느끼고 점차 명품 브랜드에 대한 소비와 관심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올 초 소셜미디어를 강타한 '듀프(dupe, 고가 브랜드 제품과 비슷한 기능·디자인을 가진 저렴한 제품을 이르는 말)' 소비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른 것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에르메스 버킨백과 디자인은 거의 유사하지만 가격은 200분의 1 수준인 월마트의 '워킨백'(약 10만원), 20분의 1 수준 가격의 '저렴이 샤넬립밤'으로 품절 대란을 일으킨 다이소 '아티스프레드 컬러밤'(3000원)이 '듀프' 소비의 대표적인 예다.명품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태도가 변화한만큼, 명품 브랜드들은 민첩하게 새로운 세대와 관계 맺기에 나서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페데리카 레바토(Federica Levato) 베인앤드컴퍼니 수석 파트너 겸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패션 & 럭셔리 부문 리더는 "업계가 점점 더 복잡한 글로벌 환경에 직면함에 따라, 럭셔리 브랜드는 중요한 새로운 챕터에 진입하고 있다"며 "더 날카로운 집중력과 더욱 방대한 문화적 관련성, 그리고 목적 의식에 기반을 둔 성장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와 핵심 가치, 궁극적인 지향점, 사회적 기여 등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있는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우리는 브랜드로서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지지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담겨 있다"며 "이 질문에 명확하고 확신 있게 답하는 것은,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단순히 버티는 것을 넘어 시장을 선도하려는 모든 브랜드에게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베인앤드컴퍼니는 명품 브랜드 마케터들이 업의 본질에 다시 집중하고, 명확하고 차별화된 브랜드 정체성을 기반으로 가치를 제안해야 하며 고객의 욕구에 부합하는 정교하고 독특한 포지셔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