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 ESG 성과 공개 경쟁 신한금융 '투명 공시'로 차별화 … 전환금융에 9605억원 집행KB·하나·우리, 통합 잔액·자금조달만 공개 … 별도 집계 '깜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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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신한·KB·하나·우리) 금융지주가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전환금융→포용금융→거버넌스’ 4대 축을 강조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 경쟁을 벌였다. 특히 전환금융 실적을 가장 구체적으로 공개한 곳은 신한금융으로 투명 공시가 단연 돋보였다.◇신한의 '세부 공시' vs 타사 통합 잔액신한금융은 지난해 전환금융으로 총 9605억원을 집행했다. 이 중 대출 5805억원, 투자 3800억원으로 분류해 모니터링하고, 유형별·성과별 수치를 보고서에 명확히 공시했다. 올해는 자체 전환금융 프레임워크를 완성해 대상·분류 체계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KB금융은 지난해 19조2000억원이라는 환경 부문 상품·투자·대출 등 ESG 금융 잔액을 공개했으며, 전환금융 별도 집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 숫자에는 녹색(그린)금융과 전환금융이 통합돼 있어 고탄소 산업 전환 지원만을 따로 떼어낸 별도 실적 공시는 없었다.하나금융은 ESG 채권·여신·투자 통합 공개로 전환금융을 가늠할 수 있었다. 전환금융 실적을 별도 제시하지 않았지만, 2024년 ESG 채권 발행액 6조5000억원, ESG 여신 잔액 19조6000억원, ESG 투자 2조원 등 지속가능 자금 조달·운용 현황을 한눈에 보여줬다. 전환금융 효과는 이 중 일부로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되나 독립 지표는 빠져 있다.우리금융은 금융위원회 ‘미래대응금융 TF’ 기후 분과에 참여하고, 삼성전자·금감원과 중소기업 저탄소 전환 지원 MOU를 맺으며 체계 구축에 주력했다. 다만 2024년 전환금융 집행액은 보고서에 수치로 제시되지 않았다.◇4대 금융 넷제로 로드맵, 접근 방식 '각양각색'각 사는 ‘2050 넷제로(Net-Zero,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화)’를 지향하되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다.KB금융은 이사회 내 ‘기후위기 대응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신설하고, 녹색금융 협의체(NGFS) 시나리오 분석을 바탕으로 물리·전환 리스크를 계량화했다. ‘KB Green Wave 2030’과 ‘KB Net Zero S.T.A.R.’ 전략을 수립해 포트폴리오 탄소비용을 체계적으로 관리 중이다.하나금융은 6억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채권 발행을 통해 기후 대응 재원을 조달하고, 2030년까지 ESG 채권 투자 17조원 목표를 설정하며 ‘금융수단 중심’ 전략을 택했다.신한금융은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지지 선언과 SBTi(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승인 목표 설정 후, 탄소집약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한편 녹색·전환금융 분류체계(K-Taxonomy) 개발에 주력했다.우리금융은 금융위원회 TF 참여와 민관 MOU(삼성전자·금감원 등)를 통해 중소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적극 지원하며, 2024년 녹색채권 발행액을 2700억원으로 확대했다.◇포용금융 경쟁, "'100호 어린이집'부터 디지털 뱅킹까지"사회적 약자를 위한 금융 포용 사례도 각축전이었다. 하나금융은 ‘100호 어린이집 프로젝트’를 통해 육아 부담 완화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추구했다. 우리금융은 장애인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확대해 포용금융 성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KB금융은 저신용자·소상공인 대상 맞춤형 대출을 늘리고, 디지털 채널 접근성을 강화했다.신한금융은 디지털 금융 포용 프로그램으로 금융 취약계층의 모바일 뱅킹 이용률을 끌어올렸다.◇책임경영 업그레이드 … 우리·신한 '맵'·KB '분리 보고서'·하나 '전담기구'책임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냈다. 우리·신한금융은 ‘책무구조도(Responsibility Map)’를 도입해 의사결정 선·후 관계를 명확히 제시했고, KB금융은 투자자용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별도 분리 발간해 재무적 중대성에 초점을 맞췄다. 하나금융은 ESG 전담기구를 출범시켜 그룹 차원의 정책 수립과 실행을 전담토록 했다.금융권 관계자는 “KB·하나·우리금융은 각각 통합 잔액·자금조달 지표·체계 구축 활동으로 전략을 내세웠지만, 전환금융만의 별도 실적 공시는 아쉬움을 남겼다”며 “내년 발표될 전환금융 가이드라인 최종안 이후 집행액 공개가 금융지주 간 진정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