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젤스 인수 … 디지털 헬스케어 '정조준'전장·냉난방공조·메디테크 등 신사업 위주반도체 M&A 절실한데 … 실적·미중갈등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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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생성
    삼성전자가 올 들어 전장·냉난방공조·메디테크 등 신사업 분야에서 잇따라 인수·합병(M&A)을 단행하며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연초 공언한 반도체 부문의 빅딜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력 회복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반도체 부문 M&A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Xealth)’를 인수하고 연내 계약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젤스는 여러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미국회사다. 플랫폼을 통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젤스 인수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하고 갤럭시 사용자들의 건강 관리를 돕는 ‘커넥티드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갤럭시 스마트폰, 워치, 링 등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한 생체 데이터를 전문 의료 서비스와 연결해 환자의 건강 관리를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 의료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에서 해당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이후 차차 서비스 국가를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제품 등으로 커넥티드 케어 서비스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M&A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하만 인터내셔널을 통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 인수를 시작으로, 같은 달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업체인 독일의 플랙트를 인수했다. 올해 1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추가 매입과 미국 로봇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스킬드AI’ 지분 투자 등 직간접 영향력 확보를 위한 투자까지 포함하면 공격적인 행보다. 

    미래를 이끌 신사업 부문에 대한 육성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중심의 완제품 사업을 다변화하고 비교적 진출이 늦은 로봇 등의 분야에서는 지분투자로 기술 개발 협력, 리스크 분산 등을 하는 식이다. 

    다만 지난해말부터 올해까지 이뤄진 M&A는 모두 스몰딜이며 신사업 분야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번에 인수한 젤스의 경우 구체적 인수가는 알려지지 않으나 조단위는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이뤄진 플랙트(한화 약 2조4000억원)의 경우 8년 만의 조(兆)단위 인수이긴 했지만, 2017년 80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9조3400억원)를 들여 인수한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과 비교하면 단순 금액으로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핵심사업의 반도체 부문의 빅딜이 언제쯤 이뤄질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반도체 영역에서 반드시 M&A 성과를 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부진한 실적과 세계 각국의 승인 문제 등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지 못하면서 반도체사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전날 2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도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4조원대의 영업익을 냈는데, 팔리지 않은 반도체 재고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으로 반영된 영향이 컸다. 시장 일각에서는 충당금 규모를 최대 1조원으로 보고 있다. 지경학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데다 벌어들이는 돈이 미미한데 M&A를 단행하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반도체의 경우 국가 전략 산업인만큼 세계 각국의 까다로운 M&A 심사도 우려된다. 현재 미중 갈등 심화와 통상환경 급변으로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보가 주요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메모리에서 D램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M&A가 특정 국가서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경우 해당 국가로 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M&A 반대나 일정 지연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핵심 사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반도체 분야의 M&A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반도체 분야의 포토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네덜란드 NXP 인수 시도 이후 지난 6년간 인피니온, 암(ARM)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르네사스 등의 인수 가능성이 점쳐진 바 있지만 실제 성사된 건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M&A는 비핵심분야 신사업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미래를 위한 것이겠지만 기업가치 제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면 반도체 등 핵심분야의 딜을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