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상위 20위 중 6종목 제외하고 순위 지각변동KB금융·두산에너빌·네이버 등 정책 수혜 기대감 반영된 주도주 약진 뚜렷주도주 수급 쏠림 현상 지속 전망 … "조정 시 매수 관점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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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행보에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수혜 기대감이 반영된 주도주의 흐름 속에 20위권 내 종목 중 6종목을 제외하곤 순위 손바뀜이 활발한 모습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 달여 동안 코스피 시총 상위 20개 종목 중 14종목의 순위가 바뀌었다.

    부동의 1, 2위 삼성전자(시총 363조4657억원)와 SK하이닉스(205조2966억원)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시총 순위 3위·시총 72조992억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4위·71조8380), 신한지주(12위·35조2543억원), 삼성물산(14위·28조3180억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위가 변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단기간 3100대로 올라서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시총 순위의 변화를 보면 최근 코스피의 상승랠리 주도주가 뚜렷하게 보인다. 

    대표적인 게 금융주인 KB금융이다. 지난 8일 기준 KB금융은 6% 넘게 급등하면서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순위 5위로 올라섰다. 전일 기준 시총은 46조5383억원으로 현대차(43조2038억원)보다 3조원가량 앞선다.

    은행업은 대표적인 내수 종목으로, KB금융이 시총 5위로 치고 올라온 건 수출주도 국가인 한국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의 주가가 탄력을 받은 건 이재명 정부의 배당 세제 개편 정책과 주주 환원 기대감 등이 부각된 영향이다. 금융주는 새 정부 증시 부양책으로 꼽히는 밸류업 수혜주로 거론된다. 

    한 달 만에 시총 순위가 세 계단 상승한 네이버(8위·40조8767억원)와 시총 20위권에 새롭게 진입한 카카오(17위·26조8594억원), 한국전력(20위·24조8119억원)도 새 정부의 정책 수혜로 상승세를 탔다. 

    '소버린(주권) AI(인공지능)'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에서 국내 대표 AI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또한 이재명 정부 초기 대통령실 AI 미래기획수석을 맡은 하정우 수석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오른 한성숙 후보자가 모두 네이버 출신인 것도 상승을 견인했다.

    한국전력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내세웠던 상법개정이 지난 4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상법개정 수혜주로 거론된다. 정부가 공공요금을 억제하는 방식이 추후 이사들의 경영 책임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해석에 따라 공공요금 현실화 가능성이 제기된 영향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행보에 따른 주가 움직임도 코스피 시총 손바뀜을 이끌어내고 있다.

    KB금융에 시총 5위 자리를 내준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의 시총 규모 자체는 전달(37조6754억원)보다 5조원가량 늘어난 43조2038억원(6위)을 기록했지만 상대적으로 KB금융의 약진에 못 미쳤다. 

    현대차는 전통적인 제조업 위주의 수출 종목으로 연초부터 부동의 5위였지만 6월부터 KB금융을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B금융, 네이버, 두산에너빌리티에게 수차례 자리를 내줬다.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며 약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원자력 산업 활성화를 위해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영향도 컸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의 시총 순위는 한 달 만에 13위에서 7위로 성큼 올라섰다. 시총 역시 42조6613억원으로 6위인 현대차와는 5400억원 남짓 차이난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상승 흐름을 지속할수록 주도주의 수급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잔존한 가운데 새 정부의 추가 정책 행보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수요 약화가 향후 국내 증시에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현재 주도주로 분류되는 산업재, AI 반도체 등 구조적 성장주의 경우 이 영향이 덜할 수 있다"며 "대형주의 무게 중심이 여전히 부재한 가운데 기존 주도주와 정책 관련 업종으로 대외 불확실성 회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 주도주들이 조정을 받더라도 이들 비중을 축소하려는 관점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조정 시 매수 전략의 관점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