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1만210~1만440원 유력 … 10일 확정될 듯매출 정체 속 인건비 폭탄 … 편의점·외식업계 "버티기 한계""1.8%도 부담" … 자영업자·프랜차이즈, 동결 요구 쏟아져전문가들 "고용 충격·폐업 우려 … 물가 수준 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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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1만210원에서 1만440원 사이로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중국 C커머스의 무차별 저가 공세 속에서 이미 한계에 다다른 편의점과 외식 등 대면 업종들은 인건비 부담이라는 거대한 폭탄을 앞두고 있다. 매출은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인건비 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곳곳에서 버티기 한계가 현실화하고 있다.
- ▲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0차 전원회의에서 나란히 앉아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9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촉진구간을 시급 1만210원(1.8% 인상)에서 1만440원(4.1% 인상)으로 제시했다. 노동계와 경영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이 직접 간극을 제시한 것이다. 오는 10일 예정된 전원회의에서 이 범위 내 수정안을 내놓고 심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종 고시는 8월5일 이뤄진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0원이다. 만약 100원 인상 시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2만900원, 연간 약 25만8000원의 인건비 부담이 근로자 1인당 추가된다. 대형 유통사는 물론 여유 없는 자영업자들까지 생존의 한계선에 몰릴 수 있다.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4월 발표한 노동시장 주요 이슈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47.2%가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유통업체가 포함된 서비스업 부문에서도 36.8%가 같은 응답을 했다. 특히 절반 가까운 기업이 내년 이후에야 소비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인건비 부담이 당장의 생존 문제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치로도 유통업계의 어려움은 선명하다. 이마트의 올해 1분기 매출 증가율은 0.2%, 롯데마트는 0.3%에 그쳤다. 편의점 업계는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역성장을 기록했다. 인건비 외에도 고금리·고물가와 같은 고정비 부담이 계속되는 가운데 초저가 공세까지 겹쳐 유통업계 전반이 생존 절벽 앞에 놓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과 소상공인 업종에 필요한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가 또 무산됐다"며 "소비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이 겹쳐 편의점주 부담이 커지고 서민 경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저임금 취지는 이해한다. 다만 편의점은 매출 대비 고정비 비중이 커 인건비 부담이 크게 누적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특히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는 임대료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아르바이트 임금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경영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가맹사업자들은 점포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폐업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 신고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2700여 명이 폐업하는 등 자영업 시장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 ▲ 서울시내 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노동계 요구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자영업자는 물론 협력업체까지 고정비가 올라 경영 부담이 연쇄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아르바이트 임금 인상 문제가 아니라 업계 생존이 걸린 사안"이라며 "최소한 동결이 바람직하고 인상이 강행되면 사실상 업계는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국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인건비 부담 증가로 기계화와 자동화가 적극 도입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무작정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 결국 다른 근로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며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도 자신뿐 아니라 전체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률이 약 2%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1.8% 인상은 수용 가능하다"면서도 "반면 4% 이상 인상될 경우 외식업·프랜차이즈 등 자영업 중심 업종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은 아르바이트 등 취약 근로자에게 적용되지만 실제 부담은 영세 자영업자가 지게 된다"며 "과도한 인상은 고용 축소나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물가 수준을 넘지 않는 선에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