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적용 범위 파생상품까지 확대되면 직격탄반도체 패키징·스마트폰 및 PC 방열판 등도 영향권삼성·SK, 美 반도체 공장 비용 증가·일정 지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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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레의 구리 제련공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구리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자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관세 적용 대상이 단순 구리에 그치지 않고 구리를 활용한 파생제품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어서다.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8월 1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에 50%의 관세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 8일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각 회의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겠다 공식화했다.앞서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구리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구리가 국방, 첨단 기술,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필수자원으로 국가안보와 경제에 중요하지만, 미국의 구리 해외 의존도가 높아 국가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미국의 구리 관세는 예정된 것이었지만 그 수준이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는 평가다. 로이터는 관련 보도에서 “구리 관세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지만 발표 시기가 갑작스러웠고 관세율도 시장 예상보다 높았다”고 분석했다.특히 관세 부과 대상에 정제 구리뿐 아니라 구리 합금, 스크랩, 파생가공품 전반이 포함될 가능성이 나오면서 전자업계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구리 조사를 지시할때도 구리 원광과 구리 정광, 구리 합금, 스크랩 구리 등과 함께 구리를 원료로 만든 파생 제품도 대상으로 진행한 바 있다.반도체와 가전제품 등에는 가공된 구리 소재가 다수 활용된다. 예컨대 반도체 패키징에는 리드프레임, 범프, 기판 내 배선 등 구리 부품이 다층적으로 쓰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는 열을 식히기 위한 방열판(베이퍼챔버)이 구리판 기반 구조로 제작된다. 가전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컴퓨터 등에는 콤프레셔 모터 권선, 열교환기용 구리관, 내부 배선 등으로 구리가 대량 활용된다.핵심 원자재 비용 증가는 기업의 조달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약화와 공급망 불안을 야기하고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관세 부과 대상이 동박이나 전선, 구리관까지 포함되면 소재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충격이 될 수 있다”며 “단순히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문제가 아니다”고 우려했다.국가별 상호관세와 철강 품목 관세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전자업계는 구리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미국에서도 구리를 생산하고 있으나 현지 제련 및 정제 시설의 숫자가 현저히 적어 산업용 소재로 활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 반도체 패키징이나 전자제품 모터에는 고순도의 정제된 가공 구리가 필수적이다. 미국산 물량이 제한적인 만큼 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져 가격 인상 등 공급망 리스크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미국 내 반도체 생산거점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리드프레임과 고순도 동박 등 구리 기반 부자재가 대량 투입되는데, 관세 파생상품 범위가 확대되는 경우 설비투자비 증가 및 공장 건설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업계 관계자는 “구리는 반도체와 배터리, 가전 등 전방산업 전반에 걸쳐 쓰이는 핵심 소재”라면서 “관세 대상이 되는 파생상품 범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미국내 소재 확보가 단기간 내 이뤄지긴 어렵기 때문에 원가 상승 압박과 글로벌 경쟁력 저하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