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최근 1달간 써클 6.6억달러 순매수 … 2위 대비 79%↑국내 증시서도 뱅크웨어글로벌·헝지글로벌·아톤 등 관련주 줄강세핀테크 활성화 기대감 커 … 자본 유출입 관리 규제 훼손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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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들이 글로벌 증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국 상원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통과된 데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들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세계 최초로 4조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을 달성한 엔비디아보다 스테이블코인 관련주인 써클을 더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이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써클(Circle Internet)로 6억6499만달러(한화 약 9126억원)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2위 종목인 TSLL(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의 3억7135만달러보다 79.07%나 많은 수준이다.

    3위는 코인베이스(COINBASE)로 1억75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으며 ▲팔란티어(1억4747만달러) ▲INVESCO NASDAQ 100 ETF(1억3758만달러) ▲DIREXION SEMICONDUCTOR BEAR 3X ETF(1억629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써클은 스테이블코인인 ‘USDC’ 발행사로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미 상원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지니어스법이 통과되자 관련주로 부각됐다. 지난달 5일 미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써클은 공모가 31달러에서 전날 202.90달러로 약 한 달 만에 554.52%나 폭등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암호화폐)이다. 비트코인 등과 같은 가상자산과는 달리 법정화폐나 실물 자산에 가치가 1대 1로 연동돼 비교적 안정적이다. 미 재무부 산하 TBAC(차입자문위원회)는 오는 2028년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2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들이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이날 오전 10시 10분 기준 금융 솔루션 기업 뱅크웨어글로벌은 13.19% 급등한 1만21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형지글로벌(2.89%) ▲LG CNS(2.72%) ▲딥마인드(2.67%) ▲아톤(2.30%) 등이 동반 강세다.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들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대한민국을 디지털자산 허브로 만들겠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등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0일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했다. 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달 중 ‘디지털자산 시장의 혁신과 성장에 관한 법률’을 발의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을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으로 명시하고 발행자의 요건을 자기자본 10억원 이상으로 규정한다.

    증권가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된다면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스테이블코인 기반 서비스 개발 ▲기업 운영에 스테이블코인 도입 등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서클 상장 사례 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관심이 우선 집중될 것이며 이후에는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결제·금융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주목받을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프로그램 기능’이 핀테크 활성화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현지 시각)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포럼에 참석해 “규제되지 않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 경우 자본 유출입 관리 규제를 훼손할 수 있다”며 “일각에선 블록체인 기술이 불법 거래 식별과 고객 확인(KYC)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도 “다수의 비은행 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면 여러 민간 화폐가 생기는 셈이 되고 이 경우 가치가 다른 여러 화폐가 유통될 위험이 생긴다. 그런 나라에선 통화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어렵고 금융 시스템에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최근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들이 단기간 급등함에 따라 지나치게 고평가된 밸류에이션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써클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성에 공감해 초기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현재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고평가돼있다고 지적했고 골드만삭스는 “서클인터넷은 현재 향후 5~8분기 조정 순이익의 약 60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어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됐다”며 “50% 이상의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