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안건형 교수팀, 친환경·고안정성 '수계 아연 이차전지' 상용화 앞당길 혁신적 금속 집전체 기술 개발

동국대학교는 에너지신소재공학과 안건형 교수 연구팀이 수계 아연 이차전지의 산업화를 위한 혁신적인 금속 집전체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경상국립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중앙기기연구소와 함께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그래파이트 집전체의 기계적 한계를 극복하고 대용량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적합한 실용적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계 아연 이차전지는 물을 용매로 하고 수계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낮고 화재 위험이 없다. 친환경 이차전지이자 대용량 ESS에 이상적인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차전지에 주로 사용되는 그래파이트 집전체는 기계적 강도가 낮아서 얇고 넓은 집전체를 활용해 고속 대량생산하는 롤투롤(roll-to-roll) 공정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에 기계적 강도가 우수한 스테인리스강 등의 금속 집전체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표면 산화층으로 인한 전기전도도 저하와 전극 재료와의 접착성 문제로 전지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속 집전체의 높은 전기전도도를 유지하면서 산화층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혁신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 교수 연구팀은 스테인리스강 집전체에 그래핀을 코팅한 후 400°C에서 열처리해 한계를 극복했다. 연구팀은 '그래핀의 탄소 원자(C)가 산화층의 산소(O)와 반응해 일산화탄소(CO)와 이산화탄소(CO₂) 가스를 형성하면서 산화층이 완전히 제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된 그래핀 코팅 스테인리스강 집전체는 그래파이트 집전체보다 3.1배쯤 높은 전기전도도를 나타냈다. 그래핀의 결정성도 크게 향상했다. 특히 후막 전극 조건(13.27㎎/㎝⁻²)과 0.3C, 2.0C 환경에서 단위면적당 각각 1.90, 0.91㎃h/㎝⁻²의 용량을 보였다. 1.0C에선 1500사이클 후에도 에너지 저장 용량 유지율 88.7%를 보이며 뛰어난 장기 안정성을 입증했다. 기존 집전체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차세대 대용량 ESS의 필수 특성을 충족했다.

또한 연구팀은 금속 집전체 적용과 롤투롤 제조공정으로 각형 셀을 직접 제작했다. 1.0C에서 1000사이클 후 74.7%의 에너지 저장 용량 유지율을 달성하며 실용성을 확인했다. 기계적 강도가 부족해 공정 중 찢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그래파이트 집전체와 비교했을 때 새로 개발된 금속 집전체는 리드탭 역할을 겸할 수 있고 공정 중 찢어지는 경우가 감소하는 등 제조 효율도 크게 개선됐다.

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계 아연 이차전지 산업화의 걸림돌이었던 집전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라며 "높은 전기전도도와 우수한 기계적 강도를 동시에 구현하고 대용량 ESS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롤투롤 제조공정에 적용할 수 있고 대량생산과 비용 절감이 가능한 친산업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재료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 '첨단 에너지 소재(Advanced Energy Materials)'에 6월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동국대 이재연 박사과정생과 경상국립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허희연 석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 동국대 안건형 교수와 GIST 중앙기기연구소 조용륜 박사가 교신저자로 각각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주관 에너지국제공동연구(R&D) 사업, 한국연구재단 주관 개인기초연구사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주관 전자부품산업기술개발 사업과 소재부품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