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브·지컷·톰보이 등 조닝 겹쳐 … "효율 낮은 브랜드 과감히 정리"LF·삼성물산·코오롱FnC도 브랜드 감축 나서며 체질 개선 가속패션 소비 3년째 줄고 실적도 뒷걸음 … 선택과 집중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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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선택과 집중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는 과감히 정리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브랜드에 역량을 모으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 ▲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옥 ⓒ신세계인터내셔날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연내 여성복 브랜드 지컷 운영 종료를 검토 중이다. 현재 지컷은 백화점, 아울렛, 복합쇼핑몰 등 전국 57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국내 패션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복 브랜드가 보브, 지컷, 톰보이, 일라일, 델라라나 등 여러 개 운영되고 있었는데 조닝(상품군)과 타깃층이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며 "그중에서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은 브랜드를 정리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컷은 2007년 N.C.F에서 론칭한 여성 캐주얼 브랜드로 초기 시장 안착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같은 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컷을 인수한 후 밀레니얼과 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한때 자사 여성복 보브와 함께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했다. 2023년부터는 자회사 신세계톰보이가 운영을 맡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업계 전반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부터 브랜드 수를 줄이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메종키츠네 골프를 접었고 LF는 골프웨어 랜덤골프클럽과 캐주얼 브랜드 티피코시를 론칭 1년 만에 철수했다.
코오롱FnC는 프리커, 리멘터리 등 신규 브랜드 운영을 잇따라 종료했고 한세엠케이도 키즈 편집숍 컬리수에딧을 철수했다. 한섬도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SJYP 운영 종료를 검토 중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실적 부진과도 무관하지 않다. 패션 대기업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일제히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고 수익성도 악화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출은 전년 보다 2.5% 줄어든 504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8% 감소한 340억원에 그쳤다. 한섬은 매출이 2.4% 감소한 3804억원, 영업이익은 32.9% 줄어든 218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매출이 1.7% 줄어든 3042억원, 영업이익은 48.3% 감소한 47억원을 기록했다. 코오롱FnC는 매출이 4.1% 감소한 2629억원에 그쳤고 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LF는 금융 자회사인 코람코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22.3% 증가해 301억원을 기록했지만 패션 부문 매출은 3.6% 줄었다.
국내 패션 시장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시장 성장률을 1~2% 수준으로 예상했고 트렌드리서치는 2.7% 증가에 그칠 것으로 봤다. 패션 산업 특성상 경기 민감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체에 가깝다는 평가다.
패션 소비 자체도 줄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의류·신발 부문 실질 가계지출은 2022년 13만1000원에서 2023년 12만6000원, 지난해에는 12만4000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 시장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어 브랜드 수를 유지하는 것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강화가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브랜드 구조조정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