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렌터카, 오토옥션으로 중고차 경매 본격 나서롯데렌탈, 올해 들어 중고차 B2C 전략 구체화양사 인수한 어피니티, 향후 합병 가능성 점처져
  • ▲ 이정환 SK렌터카 대표가 오토옥션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SK렌터카
    ▲ 이정환 SK렌터카 대표가 오토옥션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SK렌터카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에 인수된 SK렌터카와 롯데렌터카가 생존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두 기업의 합병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SK렌터카는 중고차 경매, 롯데렌터카의 모기업인 롯데렌탈은 중고차 B2C 분야를 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렌터카는 이달 1일 충남 천안시에 ‘오토옥션’을 열고 본격적으로 중고차 경매 사업에 나섰다. 오토옥션은 국내 최초로 중고차 경매부터 낙찰된 차량의 상품화 서비스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원스톱 옥션 플랫폼’이다. 

    오토옥션은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의 연면적 약 8만9000㎡(약 2만7000평)로, 주차 가능 대수는 3000대에 달한다. 이는 국내 중고차 경매장 중 최대 규모이며, SK렌터카는 이 공간을 경매 외에 자사 차량의 물류 및 상품화 거점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SK렌터카 측은 “그동안 자체 경매장 없이 외부 경매장을 통해 자사 보유 차량을 매각해왔다”면서 “이번 오토옥션 개장으로 중고차 매각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SK렌터카는 올해 2월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중고차 매매 시설인 ‘천안 오토아레나’를 매입했으며, 약 5개월 간 경매장, 물류 인프라, 최첨단 상품화 시설 구축 등을 위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SK렌터카는 오토옥션의 가장 큰 강점으로 대규모의 자체 물량을 확보한 점을 들었다. 인가 대수 기준으로 약 20만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3~6년이 경과한 차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렌터카는 올해 말까지 ▲회원사 1000개 확보 ▲출품대수 2만대 및 낙찰률 70% 이상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연간 10만대 이상의 차량을 출품하는 국내 대표 자동차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정환 대표는 이달 15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관 간담회에서 “앞으로 중고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판단한다”면서 “당분간 내부 물량으로 오토옥션을 활성화하고, 이후 외부 물량을 매입해 확대해가면 연 10만대 수준은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롯데렌탈은 올해 5월 중고차 브랜드 ‘T car’를 론칭하면서 중고차 B2C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최진환 대표는 지난해 7월 ‘2024 CEO IR DAY’에서 중고차 B2C 분야를 미래 신성장 분야로 낙점하고 기존 중고차 렌탈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롯데렌탈은 중고차 B2C 시장 진입을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 가양동 매매센터를 오픈했으며, 올해 4월에는 경기도 부천시 국민차매매단지에서 추가로 중고차 매매센터를 열었다. 

  • ▲ 롯데렌탈은 중고차 B2C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렌탈
    ▲ 롯데렌탈은 중고차 B2C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렌탈
    롯데렌탈은 구체적인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르면 내달쯤 세 번째 중고차 매매센터를 오픈해 사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올해는 중고차 B2C 사업에서 누적 판매 9000대, 매출 15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회사 전체 매출에서 중고차 B2C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내년에는 연간 2만대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T car는 롯데렌터카가 직접 관리한 차량만을 제공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주력 판매 차량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연식 3~4년차의 현대자동차, 기아 차종이다. 

    업계 최초로 엔진, 미션, 제동장치 등 주요 부품에 대해 6개월 동안 무상 수리를 지원하며, 고객이 차량을 충분히 경험한 후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7일 이내 책임 환불제 도입 등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두 회사 모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존 렌터카 본업 외에 중고차 분야까지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어피니티 체제의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어피니티는 지난해 8월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렌터카 지분 100%를 82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에는 롯데와 롯데렌탈 지분 56.2%를 1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바인딩 MOU)를 체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향후 3년간 SK렌터카와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 시점 이후에는 두 회사를 합병해 단일 회사 체제로 재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중고차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 대기업의 참여 제한 등으로 신뢰도가 낮았다”면서 “SK렌터카와 롯데렌터카의 등장은 시장이 투명해지고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있지만 그 전까지 양사 모두 경쟁력 있는 중고차 매물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