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SK하이닉스 투자의견 하향조정HBM 경쟁에 가격 두자릿 수 하락 전망 담아AI 수요 견조… 업계 "우려 과해" 한목소리모건스탠리 이어 과도한 韓 후려치기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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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이미지 ⓒSK하이닉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17일 SK하이닉스 주가가 8% 이상 급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반도체업계에선 이 같은 전망에 물음표를 찍는 분위기다.6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4'부터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가격 경쟁이 시작되고 SK하이닉스에게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예상이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이 나온다.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26만95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8.95% 떨어진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4일 30만 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SK그룹 편입 이후 종가 기준 12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이날 갑작스런 급락세로 시장에서 우려가 확산됐다.고공행진하던 SK하이닉스 주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분석 리포트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이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골드만삭스가 SK하이닉스에 대한 눈높이를 낮춘 것은 내년 HBM 시장 경쟁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골드만삭스는 리포트에서 "AI 고객을 중심으로 HBM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이나 내년 HBM 가격이 처음으로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어 "주요 고객을 중심으로 가격 협상력이 커지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특정 고객에 대한 익스포저가 크기 때문에 리스크가 부각된다"고 의견을 밝혔다.여기서 골드만삭스가 말하는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은 AI반도체 1인자이자 HBM 시장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제1 공급사로 지난해 5세대 HBM인 'HBM3E'도 가장 먼저, 가장 많은 수량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가 올해는 HBM으로 좋은 실적을 올렸고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면서도 내년 HBM4에선 가격 하락 이슈로 올해 같은 실적을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골드만삭스는 "내년 HBM 가격이 두자릿수 하락하며 (SK하이닉스) 실적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영업이익을 컨센서스 대비 19% 낮게 추정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현재 SK하이닉스 실적에 대한 컨센서스가 이미 HBM 시장의 긍정적 전망에 대한 시나리오를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하지만 이 같은 전망과 분석을 두고 국내 반도체업계에선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내년 HBM 시장이 무르익으면서 올해와는 다른 시장 환경이 펼쳐질 수는 있지만 AI 수요가 대폭 확대되며 HBM 시장 성장세가 훨씬 더 가팔라진다는 데 보다 주안점을 둘 필요성을 지적하고 나섰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이나 투자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경쟁 상황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것 같은 극심한 HBM 공급 경쟁이나 그에 따른 가격 결정권 전환으로 제품 가격이 두자릿수나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은 과한 전망"이라며 "경쟁상황이 발생하는 것보다 기존 AI 수요에 더해 새로운 인프라 투자 수요와 ASIC(맞춤형 AI 반도체) 수요까지 더해져 폭발적으로 수요가 성장하는 측면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더불어 HBM4 이후 시장에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되면서 경쟁구도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기존에도 반복돼왔던 우려라는 점도 지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HBM 기업들에 다소 냉소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건스탠리도 이미 지난해부터 '겨울이 온다(Winter looms)'와 같은 리포트를 통해 HBM 시장에 과잉 경쟁으로 실적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해온 바 있다.시장분석전문 기관들도 HBM 시장 성장세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HBM 시장 규모가 60% 이상 증가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며 오는 2028년에는 전체 D램에서 HBM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3분의 1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욜그룹(Yole Group)도 오는 2030년까지 HBM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이 33%로 예상했다.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2023년 40억 달러 수준이었던 HBM 시장이 2030년에는 1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봤고 2033년까지는 연평균 42%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일각에서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HBM 분야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대부분 선점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 부정적인 전망에 초점을 둔 리포트를 잇따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기도 한다.이번 골드만삭스에 앞서 모건스탠리도 본사와 아시아 지사의 HBM 시장 전망 리포트가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보여주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골드만삭스의 이번 리포트도 HBM 가격 하락 가능성에 대한 근거가 다소 빈약하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