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폰, 배터리도 얇아야… 저전력으로 가동시간 확보메모리 3사 구형 생산 중단에 공급 제한·가격 역전 등 삼성전자, 모바일 LPDDR 제품 비중 높아 … 기회될 듯
  • ▲ 삼성전자의 LPDDR5X.ⓒ삼성전자
    ▲ 삼성전자의 LPDDR5X.ⓒ삼성전자
    슬림화한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최근 모바일용 D램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4X(LPDDR4X)’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인 ‘LPDDR5X’ 채택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모바일용 LPDDR 제품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애플,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경쟁적으로 슬림화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슬림폰은 얇은 두께를 구현하기 위해 배터리 용량이 줄어드는 한계가 있으며,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실행 시 발열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다. 

    업계 관계자는 “저전력 메모리를 사용하면 동일 작업 대비 전력 소모를 줄이고 발열을 완화할 수 있어 슬림한 스마트폰에서 특히 중요하다”며 “스마트폰 슬림 경쟁이 LPDDR5X 같은 저전력 메모리 채택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저전력 모바일 D램인 LPDDR5X는 스마트폰, 엣지 서버 등 전력 효율성이 중요한 기기에서 주로 활용된다. 1-2-3-4-4X-5-5X 순으로 개발됐으며, 현재 7세대인 LPDDR5X까지 상용화가 이뤄진 상태다. 

    LPDDR 시장은 현재 구형 LPDDR4X에서 고부가가치 LPDDR5X로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LPDDR5X는 LPDDR4X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약 2배 빠르고, 전력 효율이 20% 이상 개선돼 배터리 수명과 발열 관리에서 유리하다. 고화질 영상·인공지능(AI) 연산 등 고성능 작업에도 적합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업체들이 구형 제품 생산을 크게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도 LPDDR5X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메모리업체들의 구형 제품 추격이 빨라지면서 주요 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LPDDR5X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초까지 구형 제품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0월 주문을 중단하고 내년 4월까지 LPDDR4X 출하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만 메모리업체들이 이를 대체하고 있지만, 시장 수요를 충족할 만한 생산 능력과 제품 사양이 부족해 단기적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DDR4와 LPDDR4X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지난 5월 삼성은 주요 고객사와 DDR4 가격을 약 20% 인상하기로 합의했으며, SK하이닉스도 이달 들어 LPDDR4X 메모리 계약 가격을 약 20% 인상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주류 D램 평균 계약 가격이 2025년 3분기에 10~15%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특히 LPDDR4의 가격은 23~28%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아가 LPDDR4X와 LPDDR5X의 가격 역전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성능이 뒤떨어지는 LPDDR4X을 LPDDR5X 보다 비싼 가격에 사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더불어 5G 스마트폰 공급 확대와 함께 저가형 5G 시스템온칩(SoC) 출시 증가 등도 LPDDR5X 보급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  LPDDR5X는 최신 SoC 일부에서만 지원하고 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 대중화의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범용 D램 가운데서도 모바일용 LPDDR 제품의 비중이 높아 LPDDR5X로의 세대교체가 기회가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 또한 범용 메모리를 생산하긴 하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제품 비중이 더 높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SoC와의 낮은 호환성, 생산 단가 등 문제로 LPDDR5X 확산이 더뎠지만, LPDDR4X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에 따라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며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LPDDR5X로 전환을 서두를 경우 삼성의 범용 메모리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