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비메모리 사업 적자 9조 전망시스템 반도체 1위 꿈꾸는 이재용엑시노스 성능 개선… 빅테크 수주 숙제 "분사 안해" … M&A 성과 나오나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복귀를 앞두고 시스템 반도체 사업 전략이 주목 받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2030년까지 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단 목표를 내걸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고객사 확보로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 복귀로 과감한 시설 투자, 인재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는 올해 8조9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조2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낸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적자폭이 71.1%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33년간 1위를 유지하며 메모리 반도체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파운드리, 시스템LSI로 대표되는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2030년까지 1위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시스템 반도체 2030'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 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단 계획을 제시했다. 다만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이며 해당 전략을 빛을 보지 못했다.
  • ▲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한 엑시노스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한 엑시노스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이 덕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7.7%)다. 1위인 TSMC(67.6%)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다 3위인 중국 SMIC(6%)와 점유율 단 1.7%포인트를 벌리며 쫓기고 있는 것이다.

    엑시노스로 대표되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자체 자체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인 엑시노스는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생산을 맡는다. 올해 선보인 '엑시노스2500'은 최첨단 GAA(게이트올어라운드) 3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최신 AP다.

    다만 '엑시노스2500'은 올해 초 수율 문제로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S25에 탑재되지 못했다. 최근 성능과 수율을 개선해 '갤럭시Z플립7'에 전량 탑재되는 성과를 얻었지만 플립 자체 흥행이 부진한 상태가 이어지며 실적 회복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선 이 회장 복귀로 비메모리 사업에도 과감한 결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파운드리 분사를 통해 나스닥에 상장, 투자금을 수혈해야 한다는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미국 빅테크 고객사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 방법이 수주 가능성을 높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 회장은 아직 비메모리 사업을 자체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해외 언론을 통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분사하는데 관심이 없다"며 "사업을 키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서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전경ⓒ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서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전경ⓒ삼성전자
    이에 반도체 분야 M&A(인수합병)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 네덜란드 인피니언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M&A를 검토했지만 무산시킨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은 시스템LSI를 시작으로 시스템 반도체 전반의 경영 진단에 나서며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이 회장은 복귀 이후 '시스템 반도체 2030' 전략의 핵심인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가동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여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2나노 대형 고객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8나노인 닌텐도 '스위치2' 칩을 수주했지만 아직 최첨단 공정 내 빅테크 수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향후 인재 확보도 숙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경쟁사에 D램 1위 자리를 내주고, 비메모리 사업에서도 적자를 내면서 최근 0~25% 수준의 TAI(목표달성장려금)를 지급했다. 이후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경쟁사 인력 유출이 지속되는 한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와도 내홍이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간 삼성전자는 M&A로 뒤쳐진 경쟁력을 한번에 끌어 올리며 글로벌 수위의 기업으로 자리매김 해왔고,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도 과감한 결단이 나올 수 있다"며 "삼성의 비메모리 사업은 국내 팹리스, 소부장 등 반도체 생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이 회장 복귀로 성과가 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