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겹치며 실적 악화 불가피한국타이어… 리더십 공백에 '멈칫'금호타이어, 광주 화재에 관세 비용까지넥센타이어, 원재료값 하락에도 美 공장 부재 리스크
  • ▲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 사옥 ⓒ각 사
    ▲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 사옥 ⓒ각 사
    국내 타이어 3사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자동차 부품 관세와 더불어 공장 화재, 총수 공백 등 저마다 악재에 처해 있어 하반기도 힘겨운 시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타이어 '빅3'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중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한국타이어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추정치)는 매출액 4조55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96.5% 증가했다. 고인치·전기차용 타이어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어난 덕이다.

    반면 수익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한국타이어 영업이익 추정치는 3945억 원으로 6.1% 줄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 역시 18.1%에서 8.6%로 반토막 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에서 발생한 관세 영향이 가장 크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에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 미국 판매량 중 25%만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75%는 한국, 인도네시아 등 수입산에 의존한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올해 2분기 막대한 관세를 부담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이 추정한 한국타이어의 2분기 관세 규모는 180억 원에 달한다.

    자회사인 한온시스템이 올해 2분기 컨센서스를 밑도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악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올해 2분기 전년보다 63.4% 하락한 26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한온시스템은 주 수입원인 열관리 부문이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동시에 체질 개선을 위한 비용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한온시스템 인수를 주도한 조현범 회장이 지난 5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이른바 '오너 리더십'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넥센타이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넥센타이어는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7.5% 증가한 8211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8.6% 급감한 449억 원으로 추정됐다. 

    넥센타이어는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와 달리 미국 현지에 공장이 없어 북미 수출 물량 전반에 25%의 관세를 지급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넥센타이어가 올해 2분기 미국 관세 관련 비용으로 약 70억 원을 낸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특히 올해 들어 천연고무를 중심으로 원재룟값이 하락한 것을 고려했을 때 절대 반가울 수 없는 실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해 3월 국제 선물 시장에서 천연고무는 1kg당 200센트를 넘었지만, 4월 들어 가격이 꾸준히 하락해 지난 6월 말 168센트까지 떨어졌다. 

    천연고무는 타이어의 20~4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인 만큼 통상 천연고무 가격 하락은 타이어 제조업체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러한 원재룟값 하락을 고려하면 관세 부담으로 각 사의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후 검게 그을린 건물 앞으로 소방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후 검게 그을린 건물 앞으로 소방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호타이어는 타이어 3사 중 올해 2분기 유일하게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함께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금호타이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조2230억 원, 영업익 1673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 10.4%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금호타이어의 경우 미국 상무부로부터 받은 반덤핑 관세 환급금 덕에 광주공장 화재와 관세 영향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 환급금을 제외하면 금호타이어의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6%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광주공장 화재에 따른 매출 손실과 미국향 타이어 수출에 부과된 관세 부담 등 총 390억 원 규모의 비용 요인이 있었지만, 반덤핑 관세 환입액 약 400억 원이 반영되면서 이를 대부분 상쇄했다"라고 분석했다.

    금호타이어는 하반기에도 녹록지 않은 상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 발생한 광주공장 화재 영향이 3분기부터 나타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지난 5월 화재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이곳은 전체 연간 생산능력의 약 18%를 담당해 온 핵심 시설이다. 관련 손실은 재고 물량이 소진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는 이르면 이달 중 화재 수습 로드맵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노사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화재 수습 로드맵이 회사의 중장기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측은 생산량 회복을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전남 함평에 타이어 생산기지를 신설하고, 유럽 공장 건설을 병행하는 방향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조는 유럽 신공장 건설이 아닌 국내 생산기지 우선 투자 및 생산 역량 확대를 우선으로 요구하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