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적으로 미국, 유럽 등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한국이 유독 (생산기업이) 많은 이유에 대해선 모르겠다."

    미생물유전학 분야 권위자인 폴 카임(Paul Keim)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교수는 한국의 보툴리눔 톡신 사업 성공을 인정하면서도 해외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은 제품을 보유한 것에 대해선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국내 허가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24개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21개가 국산 제품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수치다. 균주 출처 등의 네거티브 이슈는 차치하고 결과만 놓고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몇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허가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6개인데 이 가운데 한국 제품만 2개다. 대웅제약 '나보타(미국명: 주보)'와 휴젤 '보툴렉스(미국명: 레티보)'다. 신약으로도 넘기 힘든 미국 식품의약국(FDA) 관문을 보툴리눔 톡신으로만 두번이나 뚫어낸 셈이다. 

    대웅제약 나보타는 미국 출시 5년 만에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20% 성장해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웅제약은 '1품 1조'의 대표주자로 나보타를 꼽고 있다. 1품 1조는 한가지 품목으로 1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비전이다.

    휴젤 보툴렉스는 보툴리눔 톡신 글로벌 3대 시장인 미국, 유럽, 중국에서 모두 허가를 획득한 첫 국산 제품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미국보다도 진입장벽이 높은데, 보툴렉스를 포함한 단 4개 제품만 허가됐다. 휴젤은 2027년까지 중국 시장점유율을 20~25%로 높일 계획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보툴리눔 톡신이 K-바이오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지난해 64억9000만달러(한화 약 9조3000억원)로 추정되며 오는 2029년에는 101억달러(14조5700억원)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눈독 들이고 있는 중동, 중남미 등 이른바 '파머징 마켓'(신흥 제약시장)은 향후 성장가능성이 더 높다. 

    최근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진출한 GC녹십자와 종근당도 파머징 마켓을 개척하는데 주력한다. 

    GC녹십자웰빙 관계사로 합병된 이니바이오의 '이니보'는 태국에 이어 페루에서 허가를 획득하며 중남미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연내 브라질의 글로벌 정식 제품 시판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종근당바이오 '티엠버스'는 동물 유래 성분을 철저히 배제한 비동물성(비건) 공정을 도입해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중동,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권 국가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단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성과 뒤에 그림자는 늘 따라온다. 해외 균주를 들여온 경우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이토록 많이 발견됐다는 점은 여전히 의문을 남긴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보툴리눔 톡신을 생물테러 1급 물질로 분류할 만큼 치명적인 균주다. 

    국내에서만 경쟁적으로 많은 제품이 개발된 이면에 균주 출처 논쟁이 계속해서 따라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폴 카임 교수가 왜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