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주담대보다 생산적 투자 나서야" 경고 직후 실적 축포 상반기 4대 금융 순익 10조원 돌파 … "투자 늘리라지만 현실은 딴판"금융권 "방향은 동의 … 실행엔 인센티브·가이드라인·리스크 완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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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를 그만두고, 투자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내놓은 다음 날, 은행권은 상반기 사상 최대 이익을 발표했다.대통령의 경고와 동시에 실적 축포가 터지자 금융권은 불편한 침묵 속에 “투자를 늘리라지만 어디에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곤혹스러운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2025년 상반기 3조43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기관이 투자 확대에 신경 쓰면 국민경제의 파이가 커지고, 금융기관도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며 예대마진 중심 수익구조에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신한·하나·우리금융까지 포함한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0조 325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9조3522억원보다 10.4%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2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대통령 “이자 수익 그만, 생산적 투자하라” … 은행권 “현실은 딴판”이 대통령은 이날 “기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산다”며 자본시장 활성화와 배당소득세 개편 필요성을 거론했다. 자금을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 자산으로 유도하겠다는 의미다.하지만 은행권은 현실적 대안 없이 요구만 늘어난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리는 내리라 하고, 대출은 줄이라 하고, 이자수익은 줄이라 하니, 은행 입장에선 수익 모델 자체가 흔들린다”고 말했다.이어 “투자 확대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투자는 곧 리스크”라며 “기업대출 수요도 줄어든 상황에서 실행 방안 없이 방향만 제시해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 대통령 발언은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며 “그간 주담대 위주의 손쉬운 영업이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기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그는 “방향성은 포용금융,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지만 문제는 실행 방법”이라며 “기술력만 있고 담보가 부족한 기업에 은행이 선뜻 자금을 집행하긴 어렵다”고 말했다.◇“실적 낸 게 죄” … 이자수익 부담 속 환원 압박도 확대KB금융은 이날 8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3조100억원 상당의 주주환원을 발표했다. 금융지주들의 CET1(보통주자본비율)은 대부분 목표치를 웃돌며 추가 환원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한 금융지주 임원은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 방향까지 제시하니, 이익을 낸 게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금융당국도 최근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와 함께 이자수익 편중 경영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연이어 내고 있다. 실적 발표 직후 정부가 '이자놀이'를 정조준한 것도 이례적이다.은행권은 자본시장 활성화, 혁신금융 확대 등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실현 가능한 유도책 없이 ‘이자수익 줄이라’는 주문이 이어지면 현장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한 은행 임원은 “기술 중심 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심사역 양성 시스템이 필요하고, 정부의 보증 프로그램과 연계된 인센티브와 가이드라인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런 기반 없이 은행이 먼저 나서기엔 현실적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자영업자, 신혼부부, 중소기업 등에 생산적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업계는 고배당 기업에 대한 분리과세 등 세제 혜택과 함께, 혁신금융 지원 가이드라인 마련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은행들 예대마진 의존 영업 수십 년째 되풀이..."선진 해외 기관 인수' 나설 때"은행들의 볼멘소리에도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국내 은행들의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은 역대 정권마다 거론이 됐던 '단골 질타 메뉴'다. 그럼에도 은행들의 이익 구조를 들여다보면,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동남아시아 등으로 진출했다지만, 자산 운용 능력은 후진적 수준을 면치 못하고 선진 금융회사 인수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운용 실력이 떨어지지 손쉬운 예대마진의 의존하는 셈이다.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부터가 위험한 투자에 나서고 싶어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손쉬운 대출 놀이로 조 단위의 이익을 올리니 연임이 보장되곤 한다. 반면 이 대통령이 말하는 생산적 투자는 위험을 수반한다. 정권에서 아무리 질타를 해도 국내 은행의 경영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