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신동국 회장이 추천한 배인규 고문, 팔탄 공장서 회사 경영 간섭한미약품 핵심 정체성인 R&D 비용 축소 및 직원 감축 지시약국·병원 영업 시 인센티브 부여 등 무리한 행위 요구전문경영인 체제 위협 … 한미약품 "사실 관계 파악 중"
  • ▲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한미약품 본사 로비.
    ▲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한미약품 본사 로비.
    한미약품그룹이 1년간의 경영권 분쟁을 마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했지만 지속적인 잡음이 나오고 있다. 비상근 이사이자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측근이 회사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면서다. 한미약품의 정체성인 신약 R&D(연구개발) 자원 축소와 고압적 지시 등으로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은 이날 오전 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안건으로 이사회를 진행했다. 신동국 회장은 일련의 논란을 의식하듯 현장이 아닌 비대면으로 이사회에 참석했다. 

    최근 한미약품은 신 회장이 추천해 임명한 배인규 고문의 경영 간섭으로 인한 갈등이 수면위에 떠오르며 논란이 되고 있다. 배 고문은 현대차 출신으로 제약업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로 알려졌다. 

    배 고문이 한미약품 팔탄공장에 출근하면서 직원들에게 고압적인 지시를 내리자 이에 따른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 고문이 직원들에게 R&D 비용 축소와 인력감축을 주문한 것이다. 특히 한미정밀화학의 경우 약 20%의 직원들에 1년 휴직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배 고문은 병원과 약국에 인센티브를 제공 등을 통한 매출 확대를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리베이트(약품 채택 댓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은 한때 '신약명가'로 불릴 만큼 국내 제약업계를 선도하던 대표 기업이다. 2010년대 중반을 전후해 다수의 혁신신약을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았으며 개량신약과 자체 개발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제약 산업의 R&D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롤론티스, 포지오티닙, 올리타 등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리며 '기술수출=한미약품'이라는 공식이 생겨날 정도로 존재감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회사가 어수선해졌고 올해 초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며 다시금 신약명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6.43%를 확보해 대주주로 올라섰고 현재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과 통진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과거 임 회장 권유로 2010년 처음 한미약품 주식 지분을 매입했다. 지난해 6월 오너가 형제편에 서며 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고 같은해 11월 모녀 측으로 돌아선 후 한미사이언스의 기타비상무까지 맡게 됐다. 

    지난해 2월 모녀 측이 승기를 잡으며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다. 이후 한미약품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체를 도입했고 대주주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그룹 견제와 창업주 정신 계승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 김재교 부회장을 영입한 바 있다. 한미약품은 기존 박재현 대표가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신 회장이 측근을 통한 경영 간섭에 나서면서 전문경영인 체제에 금이 생기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한미약품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